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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FA 상한선 받아들일 수 없다" 선수협은 왜 제안을 거절했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0-01 15:15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 스포츠조선DB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FA(자유계약선수) 계약 상한선 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왜 그런 제시를 했고, 선수협은 어째서 제안을 거절했을까.

지난 9월 19일 KBO는 선수협에 FA 계약 등 이사회에서 합의한 몇가지 개정안을 전달했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KBO의 개정안과 관련한 의사를 밝혔다.

주요 내용 가운데, FA 자격 요건을 현행 고졸 선수 9시즌, 대졸 선수 8시즌에서 1년씩 단축하는 데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FA 계약을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은 총액의 30% 이내)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또 KBO가 제안한 FA 등급제와 관련해서는 "B등급, C등급 선수들의 보상 규정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FA 상한선이다. 이사회가 80억원이라는 상한선을 설정한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 때문이다. 2017년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4년 100억원)하면서 처음으로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해외 진출을 마치고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한 이대호는 최형우의 계약을 뛰어넘어 4년 150억원에 도장을 찍어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로 이적한 김현수는 4년 115억원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계약을 했다. 역대 FA 가운데 4년 80억원을 넘긴 계약은 총 16건이고, 최근들어 FA 선수들의 평균 몸값이 50억원을 훌쩍 넘었다.

반면 구단들의 수익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방 스몰마켓 구단들은 입장 수익이 50억원을 넘기기도 힘든 상황이고, 그 외 부가적인 수입도 거의 없다. 자생 경영이 안되고, 사실상 모기업 지원에 의존한 적자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책을 내세웠는데, 선수협이 이를 거절했다.

이번 선수협의 공식 입장은 10개 구단 소속 선수들의 투표로 이뤄졌다. 각 구단 대표 선수들이 의견을 취합하고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했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저연차 선수들까지 포함해 과반수 이상의 선수들이 FA 상한선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협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선수협이 난색을 표하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협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구단과 KBO가 선수협을 협상 당사자로 생각하고, 합의를 전제로 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기상 빠른 결정을 하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선수들이 이 문제에 집중을 하다보니 불편을 호소하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올 시즌 종료 후부터 바로 적용을 한다는 점은 선수 수급 계획이나 선수들의 FA 계획에 있어서 굉장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즌 개막 전에 공지나 예고가 있었으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지만, 너무 급하게 시행되는 것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양의지(두산) 최 정(SK) 등 거액이 예상되는 대형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게 된다. 이 선수들에게는 갑작스러운 규정 변화가 날벼락이나 다름 없다. 또 모든 선수들이 KBO의 제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저가 FA'가 예상되는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취득 기한이 짧아지는 것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각자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한 것은 결코 아니다.

◇FA 수급이 더 문제다

선수협은 또 이사회의 제안이 비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FA 거품을 걷을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FA 시장 과열 현상은 FA 취득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특급 선수들이 몇명 안되고, 이들을 얻기 위한 구단들의 경쟁 때문 아닌가. 그래서 선수협은 FA 공급을 늘리는데 근본적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취득 기간을 단축해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지금보다 늘어나고, 또 FA 등급제를 활용하되 과도한 FA 보상을 축소해서 B,C등급 선수들이 활발히 움직이면 시장 과열도 막고, 가격 안정화와 구단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있다.

선수협은 또 "FA 재취득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FA 선언을 유예하고 구단과 일반 연봉 계약을 맺으면 다시 FA 자격을 얻기까지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FA를 어렵게 취득해도 모두가 4년 보장 계약을 받지는 않는다. 1,2년짜리 선수들도 있다. 구단이 너무 과도한 보유권을 가지고 있다. 재취득 기간을 폐지하고,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한 FA 취득 제도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계약이 투명해지면 비용 감축된다

선수협이 주장한 또 하나의 비용 감축 요소는 '계약의 투명성'이다. KBO는 이번 이사회 결정과 동시에, 계약의 투명성 보장 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계약 기간이나 세금 보전, 옵션 등 이면 계약을 막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리그에는 공공연하게 특급 선수들의 이면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김 사무총장은 "계약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오히려 이전보다 구단들의 비용이 축소되는 것 아닌가. 선수나 구단 모두 이전보다 움츠러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문제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이같은 개정안을 제시했다. 막무가내 통보가 아니고, 선수협이 그동안 원했던 FA 기간 단축, FA 등급제나 부상자 명단 도입 등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선수협이 FA 상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선수협은 "앞으로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했다. "구단들이 실효적인 방법보다는 눈에 보이는 비용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 같다. 선수 공급을 늘리고, 2차 드래프트를 매년 실시하는 등 전력 보강 제도를 만든다면 지금의 몸값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선수협의 입장이다. 구단들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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