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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런 가운데 1회부터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한동민과 제이미 로맥의 연속타자 홈런이 터졌고 부진하던 최 정이 방망이까지 터지며 한꺼번에 5점을 냈다.
KT가 1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3점포와 황재균의 솔로포로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SK는 2회 최 정이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달아났다. SK는 이후 5회까지 매이닝 점수를 내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3회 한동민의 이 경기 두 번째 홈런이 나왔고, 4회에는 김성현이 깜짝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5회에는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최 정의 희생플라이 득점이 더해졌다.
그런데 5회가 되기 전까지 경기가 2번이나 비 때문에 중단됐다. 비가 가장 굵어졌을 때는 취소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세차게 내렸다. 만약 비로 인해 경기가 노게임 선언됐다면 한동민의 SK 구단 역사상 첫 30홈런-100타점 기록이 무산되며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 할 뻔 했다. 한동민 입장에서는 시즌 33, 34호 홈런이 날아가니 죽을 맛. 더한 사람은 최 정이었다. 최 정은 무려 61일 만에 홈런을 쳤다. 그것도 만루홈런. 아무리 타격감이 살아났다고 해도, 이 기록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선수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회까지 쌓은 타점이 무려 6개였다.
최 정과 함께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로맥도 마찬가지. 시즌 38호 홈런으로 홈런왕 경쟁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탄을 보냈다. 김성현도 만루홈런을 생애 첫 짜릿한 경험이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5타점 기록은 보너스였다. 김성현도 그 누구보다 경기가 속개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선발 박종훈은 5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어찌됐든 승리 요건을 갖추고 싶었을 것이다. 13승을 따낸다면 지난해 12승에 이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이었기 때문이다.
5회까지 경기가 치러지며 노게임 위기가 넘어갔고, SK에게는 모든 게 해피엔딩이 됐다. 마음의 짐을 덜었는지 SK는 남은 경기 신바람을 이어갔다. 6회 교체로 나온 김강민이 홈런을 쳤는데, 프로야구 역대 85번째 개인 100홈런 기록이었다. 만약 비로 취소가 됐다면 이 홈런도 나오지 않을 뻔 했다.
역시 가장 기뻐했을 사람은 힐만 감독. 1승이 날아가는 것을 떠나, 3연패 기간 슬럼프에 빠졌던 중심타자들이 다같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게 힐만 감독을 가장 기쁘게 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특히, 최 정의 부활이 가장 반가웠을 것이다. 힐만 감독은 경기 전 "최 정을 믿는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반대로 꼴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KT는 내심 5회 이전 비가 많이 와 노게임이 되기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황재균이 멀티홈런을 때려내고, 홈런왕 후보 로하스도 홈런을 추가했지만 팀이 충격의 대패를 당했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없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