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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사직구장.
9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이대호를 만난 제이크 브리검(넥센 히어로즈)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이대호가 휘두른 배트는 공을 정확히 맞췄다. 높게 뜬 공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처리됐고, 브리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해 넥센 입단 후 두 시즌 만에 거둔 KBO리그 첫 완봉승의 순간이다.
무엇보다 환호한 것은 넥센 선수단이었다. 5연패 수렁에 빠졌다가 힘겹게 롯데를 꺾었던 전날의 환호가 다시 메아리쳤다. 동료 투수 한현희, 최원태 등은 경기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브리검에게 얼음통을 쏟아부으면서 완봉승을 축하했다. 붉게 상기된 브리검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완봉승 소감은.
짜릿했다. 앞선 KT전(8월 5일·8⅓이닝 8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승리)에서 완봉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오늘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최선을 다해 던지고자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8회 1사 2, 3루 상황이 최대 고비였다.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바꿔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이닝을 마치는게 중요했다. 집중해서 던졌는데 호수비가 나왔고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홈 태그아웃 뒤 롯데 벤치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엄청나게 떨렸다(웃음).
-9회말 2사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준 뒤에도 흔들릴 수 있었는데.
나는 원하는 코스에 공을 뿌렸지만 손아섭이 잘 받아쳤다. 뒤에 더 좋은 타자(이대호)가 버티고 있었기에 아웃카운트를 빨리 잡자는 생각 뿐이었다. 완봉승 기록은 중요하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다.
-완봉승이 확정됐을 때는 어땠나.
'됐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정말 기뻤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됐고 전체적인 내용이 좋았다.
특별히 컨디션이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투구 계획에 집중하려 했다. 롯데 선발 투수 브룩스 레일리라는 좋은 투수가 나와 호투를 펼쳤다. 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긴 이닝을 던지고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투구 계획에 집중하면서 팀 승리를 위해 던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다.
-앞서 완봉승을 거둔 기억은.
지난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싱글A팀 시절 한 차례 완봉승을 거둔 적이 있다. 정말 어릴 때였다(웃음). 그 이후 처음으로 거둔 완봉승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승리다.
맞다. 팀간 승차가 적은 상황에서 나나 우리 팀 모두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