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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실감이 조금 안 나네요. 유니폼을 입고 운동하면 정말 신인 기분이 나겠죠."
어찌 보면 이미 정해진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예상했듯 KT 위즈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경찰청 투수 이대은(29)을 지명했다. 이대은 역시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경찰청 제복 차림으로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 나온 이대은은 KT에 지명된 소감에 대해 맨 처음으로는 "첫 번째로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다소 뻔한(?) 소감을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이후 10라운드까지 드래프트를 마친 뒤 취재진과 새롭게 만난 자리에서는 좀 더 진솔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대은은 1지명으로 뽑힌 점에 대해 "이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내년 시즌이) 처음으로 내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야구 실력으로 (내 가치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는 진지한 각오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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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대은의 KT행에는 약간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2015~2016)일 때 연봉이 5400만엔(한화 약 5억5000만원)에 달했던 이대은이 KT에 지명되면 연봉이 신인 최저기준인 27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게다가 해외 복귀선수라 따로 계약금을 받을 수도 없다.
때문에 한때 이대은이 드래프트에 나오지 않고 다시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KT가 뒷돈을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 만 30세가 되는 이대은으로서는 연봉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대은은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일찌감치 마음을 정리한 듯 보였다. 그는 "(KBO리그 복귀는) 정해져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애초에 경찰청에 입대하게 될 때는 규정에 대한 부분을 잘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는 잘 알게 됐다"면서 "전역이 앞으로 한 달 남았는데, 전역 후에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이대은에게는 두 번째 신인 지명식이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이후 두 번째 신인 자격이기 때문이다. 이대은은 이점에 관해서는 "이름을 불렸을 때 실감이 조금 안났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을 해봐야 느끼는 스타일이라 그런 듯 하다"면서 "어쨌든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무대에 갈 때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내년 시즌을 새로 준비해야 하는 점에 대해 또 설레고 새로 도전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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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대은은 내년 시즌에 관한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10승'이다. 자신에게 KT 구단이 거는 기대감을 잘 알고 있다며 말문을 연 이대은은 "이번 겨울이 중요할 것 같다. 부상없이 뛰면서 팀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준비를 잘 해야 겠다. 지금 바라는 건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0승 이상을 해서 팀과 내가 같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며 확실한 에이스로서의 자각을 드러냈다. 과연 이대은이 KT를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