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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주인공은 너야 너!'
수많은 논란과 비판 여론에 휩싸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야구대표팀에도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었다. 역대 야구대표팀 중에서 가장 응원을 받지 못한 '선동열 호'지만 반짝이며 빛난, 모든 이들로부터 박수와 응원, 사랑을 받은 스타가 있었다.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값진 소득, 앞으로 최소 10년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될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의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런 이정후의 미래를 예고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지난 1일 결승전이 펼쳐진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 나왔다. 마치 '야구의 신'이 이정후를 향해 '오늘 밤 주인공은 너야!'라고 선언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일본과의 결승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이정후가 끝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리를 이동해 서 있던 외야 우측 코너,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모든 시선을 이정후에게 쏠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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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이날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나간 뒤 안치홍의 결승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과시하던 이정후는 8회초 수비 때 우익수로 이동한다. 선발 우익수였던 손아섭이 박해민으로 교체되면서, 박해민이 센터로 가고 이정후가 우익수를 맡은 것이다.
중견수든 우익수든 이정후에게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소속팀 넥센에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정후는 공격(24타수 10안타 4할1푼7리, 2홈런, 7타점)으로 주목받았지만, 수비도 좋았다. 자기 포지션 뿐만 아니라 다른 외야수의 백업 역할도 100% 해낸 전천후 플레이어였다. 그런 그가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부러 연출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운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