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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지난 4일, 또다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나왔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양 팀이 2-2로 맞서던 3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김헌곤의 유격수 앞 땅볼이 병살플레이로 연결되는 듯 했으나 1루 세이프 판정이 나왔다. 롯데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조원우 롯데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판독 11항 '비디오판독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의 2목 '비디오판독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에 따른 퇴장이다. 하지만 TV 중계 느린 화면에선 충분히 아웃을 겨룰 수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조 감독은 5일 삼성전을 앞두고 "전광판 화면으로 봤을 때 아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심이 유지됐다. 영상을 보지 않았으면 나가지 않았겠지만 (영상을 보니) 명백한 아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중들도 전광판 영상을 봤고, 상대팀 선수들 역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번복이 안되더라"며 "그래서 심판진에게 '(원심 유지)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센터가 결정한 것이라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아쉬워했다.
KBO리그의 비디오판독 도입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였다. 최초 도입 이후 보완을 거듭 중이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 좋은 제도를 도입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흐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야구에 앞서 비디오판독을 도입한 축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K리그나 국제 대회에선 경기장 한켠에 주심이 시청할 수 있는 비디오판독 장소를 배치해놓고 있다. 판독센터에서 영상을 제공하고, 주심과의 교신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 최종 판정 권한은 주심이 갖고 있지만 소통을 통해 보다 정확한 판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판독센터에서 전달 받은 판정 배경을 심판진이 마이크를 통해 설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올 시즌 몇몇 사례에서 심판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판정 이유를 설명하면서 오해의 소지를 줄인 바 있고, 팬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조 감독은 "심판들도 예전보다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비디오판독센터까지 생겼는데 오독은 줄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보다 나은 비디오판독을 위해 머리를 맡대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