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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더워지는 날씨, 낙후된 원정시설, 쓰러지는 선수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7-29 17:55 | 최종수정 2018-07-29 22:02


잠실구장 원정라커룸 복도. 29일 경기에 앞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복도에 가방을 던져놓은 뒤 오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잠실=박재호 기자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전날부터 하루종일 담아뒀던 말을 어렵사리 꺼냈다. 한 감독은 "어제(28일) 경기는 공정한 승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폭우로 인해 경기가 1시간 10분 넘게 지연됐지만 우리 선수들은 무더위를 피할 곳도 없이 더그아웃에 방치돼 있었다"고 열을 올렸다.

오후 6시 경기는 7시 10분에 시작됐고, 한화는 6대13으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선발로 예고된 데이비드 헤일은 오전부터 고열로 병원에 가야했다. 헤일 대신 김범수로 선발이 교체됐다. 한 감독은 "헤일이 병이 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홈팀 두산은 비교적 쾌적한 라커룸을 편안하게 쓸 수 있지만 원정팀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전혀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냥 더그아웃 벤치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대전구장 원정 라커룸도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잠실구장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을 경기감독관, 심판위원들도 아셔야 한다. 무턱대고 경기를 강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가 한 감독의 의중을 알고 발언이 미칠 여러 영향에 대해 사전설명을 했지만 작심발언을 막지 못했다. 한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인해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더위는 보통 더위가 아니다. 자칫 선수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 외국인 선수 제라드 호잉은 더위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이틀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고, 두산 베어스 김재환도 최근 탈수증세를 호소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원정 라커룸 시설이다. 홈팀 라커룸은 모든 구단이 최신 시설을 완비했다.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준비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원정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정반대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신구장 몇 곳을 빼면 예외없이 공간과 편의시설이 태부족이다.

특히 잠실구장은 원정팀에게는 악몽같은 곳이다. 한지붕 두 가족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같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1루측에는 두산 라커룸과 구단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3루 측은 LG 라커룸과 구단 사무실이 있다. 원정 라커룸은 3루측 더그아웃 뒷편이다. 몇 년전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해도 구조적으로 공간이 협소하다. 선수단 전원이 들어갈 수 없다. 선수들은 노점처럼 물품들을 그냥 복도에 풀어놓고 있다. 버스에 가서 잠시 쉴수도 있지만 찌는듯한 더위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팬들의 사인요청에 응하다보면 땀을 두배는 더 흘려야 한다. 경기 준비에 어려움이 크다. 한 감독은 "날씨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무더위로 인한 경기력 저하는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큰 아쉬움이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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