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10분의 야구장,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한창 훈련의 피치를 올릴 시간이다. 보통 이 시간이면 홈팀은 타격 훈련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원정팀 선수들이 도착해 외야에 나가 몸을 조금씩 풀 타이밍이다. 하지만 20일 창원 마산구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선수는 커녕 개미 한마리 찾기 어려웠다. 폭염 때문이다. 홈팀은 훈련을 아주 일찍 마감했고, 원정팀은 아예 취소했다.
하지만 이날 넥센 선수단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후 4시40분에 야구장으로 출발해 단체 팀 훈련을 생략하고 개별 자율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이 사실상 휴식을 부여한 셈이다. 선수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 데다 이날 오전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상황이 고려됐다.
홈팀 NC 선수단의 대처도 비슷했다. 평소보다 상당히 빠른 오후 4시7분경 훈련을 완전히 마치고 라커룸으로 철수했다. 오후 3시쯤 훈련을 시작해 1시간 정도로 짧게 마무리 한 것이다. 물론 전국적인 폭염의 영향도 컸지만, 특히 마산구장이 여름 더위에 취약한 게 핵심적 이유다.
이날 마산구장은 특히나 더웠다. 아니, 뜨거웠다. 오후 시간대 마산지역 평균기온이 34도로 나왔는데, 마산구장 안의 체감온도는 거의 30도 후반에 육박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내·외야는 천연잔디로 오래전에 바뀌었지만, 다른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넓은 내야 파울존(1-3루 선상 바깥쪽과 홈플레이트 뒤쪽을 포함)에 여전히 인조잔디가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곳은 천연잔디 필드에 비해 복사열이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오후 3~4시경 마산구장의 날씨에서 훈련을 진행한다는 건 사실상 무리다. 이로 인해 마산구장은 거의 1시간 가까이 아무도 쓰는 이 없이 텅 빈 채 방치됐다. 폭염이 빚어낸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미래과학 로봇 특강! 드론 날리기, 물놀이까지 '초중생 섬머 캠프' 선착순 100명!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