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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치열하고, 흥미진진하다. 4일 현재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LG 트윈스는 선두 독주중인 두산 베어스 바로 아래 2~4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화가 앞서가고 SK와 LG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쫓는 양상이다. 세 팀간 격차는 3경기. 상승 흐름을 타면 순식간에 경쟁 구도를 깰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순위만 살짝 뒤바뀔 뿐 요지부동이다. 5월 29일 이후 한달 넘게, 이들 세 팀이 2~4위 블록을 형성해 순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세 팀간의 순위 경쟁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세 팀 모두 1군 감독을 거친 단장이 뒤에 있다. 박종훈 한화 단장(59)은 LG, 염경엽 SK 단장(50)은 넥센, 양상문 LG 단장(57)은 롯데와 LG 사령탑 출신이다.
메이저리그식 '단장 야구'가 KBO리그에 뿌리를 내린 건 아니지만, 구단 주도의 '프런트 야구'가 대세인 것 만은 분명하다. 감독 출신 단장들의 유의미한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취임해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양상문 단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운동장에 안 간다. 경기도 관중석 쪽에서 본다. 선수를 따로 만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현장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다. 양 단장은 "구단 상황을 전달하거나 2군 선수 현황을 설명해야 할 때만 감독을 만난다"고 했다.
그런데 '뒷받침 한다'는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감독이 최일선에서 전투를 이끄는 '야전 사령관'이라면, 단장은 팀 선수단 아우르며 밑그림을 그리고, 지원하는 '총사령관'이다. 전력 구성에 가장 중요한 외국인 선수 선발, FA(자유계약선수) 영입, 트레이드를 최종 결정하고, 선수 육성을 책임진다. 이 부분에서 단장과 현장간의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
양 단장은 "외국인 선수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세한 사항을 모두 감독과 공유하고 논의했다. 최종 결정은 단장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독이 'OK'를 해야 이뤄진다"고 했다.
박종훈 단장은 3~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상경했다. 주중 3연전의 마지막 날인 5일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린 수도권 2군 구장을 찾았다. 미래, 예비 자원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지금, 현재도 중요하지만 단장은 조금 더 앞을 바라봐야 한다.
박 단장은 "감독 유경험자로서 감독이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필요로 하는 지 이해의 폭이 넓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우리 팀에 무엇이 필요한 지 파악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감독 출신 단장은 공통 분모가 있다. 고려대 야구부 선후배다. 박 단장이 78학번으로 양 단장 1년 위고, 염 단장은 87학번이다. 감독은 양 단장이 가장 빨랐고, 박 단장, 염 단장이 뒤를 이었다. 단장은 박 단장, 염 단장, 양 단장 순이다.
이들은 여러 인연으로 엮여 있다. 양 단장이 태평양 돌핀스 선수로 뛸 때 염 단장이 신인 선수로 입단해 2년을 함께 했다. 또 박 단장이 현대 유니콘스 1루 코치로 일할 때, 염 단장이 선수로 있었다. 박 단장은 "염 단장이 당시 주로 대주자, 대타로 활약했는데, 1루 코치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염 단장은 상대팀 선수, 특히 투수들의 볼 배합, 성향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이 LG 사령탑으로 있을 때 염 단장이 수비코치로 보좌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