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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삼성 라이온즈 선발 윤성환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19일은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특별하면서 기쁜 날이 될 수 있었다.
이날 삼성은 2회말 선두타자 다린 러프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대거 6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마침 3회쯤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비가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의 양은 적었다. 그런데 이 비가 시간이 갈수록 기세를 높여갔다. 결과론이지만, 삼성이 초반 리드를 조금만 더 유지했다면 다른 날의 절반 정도의 노력으로 1승을 따낼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가 결국 5회까지만 진행됐기 때문이다. 5회부터 빗줄기는 눈에 띄게 굵어졌고, 결국 심판진은 5회가 끝난 뒤 일시 중지를 선언했다가 끝내 최종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5이닝을 모두 마친 터라 공식 경기로 인정됐다. 6대6 무승부였다.
우선적으로 윤성환의 이해할 수 없는 제구 난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윤성환은 앞선 2경기에서 연거푸 8실점을 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었다. 노쇠화와 기량 저하의 기미가 뚜렷이 감지된다. 뜻 깊은 기록 달성에도 불구하고, 윤성환의 퇴보는 삼성의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윤성환만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5회 대량 실점의 와중에서 삼성의 벤치 움직임은 너무나 무력했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윤성환이 투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 하위타선을 상대로 안하던 연속 볼넷을 줬을 때 벤치는 더 적극적으로 흔들리는 선발을 도와줘야 했다. 물론 오치아이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긴 했다. 그럼에도 윤성환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어쩌면 대기록을 세운 선발 윤성환의 체면을 지켜주려다가 교체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이 안된다. 결국 선수 뿐만 아니라 팀의 승리도 한꺼번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결단의 타이밍이 너무 느렸고, 결과적으로 경기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삼성은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진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