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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벼랑 끝 김진욱 감독의 선택, 자의일까 타의일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6-19 10:44


2018 KBO리그 kt와 두산의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kt 강백호가 유한준의 내야 땅볼 때 홈에 들어와 김진욱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6.12/

KT 위즈 김진욱 감독, 벼랑 끝에 서게 된 것일까.

KT는 경기가 없던 18일 놀랄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코칭스태프를 개편한 것. 김용국 수석코치, 정명원 투수코치, 채종범 타격코치, 최훈재 외야수비코치가 2군행을 통보받았다. 대신 가득염 코치, 이숭용 코치, 고영민 코치가 1군에 합류하게 됐다. 가 코치가 투수 메인, 이 코치가 타격 메인 코치 임무를 수행한다. 개막 후 1군 작전주루코치 일을 하다 경험 부족으로 2군에 갔던 고 코치는 1루베이스 코치 박스에 서게 된다.

주요 보직 1~2명을 바꾸는 인사는 시즌 중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수석코치를 포함해 메인 투수-타자 파트를 한꺼번에 모두 바꾸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팀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달라질 지도 방식에 선수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고, 코치들 역시 어렵다. 시즌 도중에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감을 잡기 힘들다.

그래서 KT 구단이 "김진욱 감독의 결단"이라고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감독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핵심 코치들 전원을 단 번에 물갈이하지 않는다. 특히, 김 감독의 성향을 알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코치든, 선수든 한 번 믿음을 주면 끝까지 신뢰한다. 문제가 있어도 자신이 안고가는 스타일이다.

이는 김 감독의 지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성적, 바뀌지 않는 야구 컬러 등에 대해 구단 수뇌부가 더 이상 믿음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인사에 간섭을 하기 시작한다. 감독이 힘이 있으면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고, 팀 분위기가 망가지면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어진다. 결국 외압에 굴복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수석과 투수, 타격 등 핵심파트 외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은 외야수비-1루베이스 보직 최 코치까지 내린 건 의미가 있다. 최 코치는 김 감독이 KT 부임 당시 기회를 준 사람이다. 김진욱 라인 정리로 보여질 수 있다.

반대로, 진짜 김 감독이 결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꾹 참아오던 김 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생겼다면 말이다. 정명원 투수코치의 경우 KT 창단부터 줄곧 1군 메인 코치 역할을 해왔지만 냉정히 제대로 키워낸 투수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채종범 타격코치의 경우 올시즌부터 1군 메인 타격코치로 승격됐는데, 매우 성실하고 선수들과 열심히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해 중요 포인트 맥을 못짚는 부분이 아쉬웠을 수 있다. 김용국 수석의 경우 지난해 구단이 수비코치로 영입을 했다. 감독과 수석코치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팀이 잘 돌아가기에, 감독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수석코치로 둔다. 하지만 지난해 자신이 모셔왔던 이광길 수석코치가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며 김 코치를 수석으로 승격시켰는데, 두 사람의 성향이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구단 안팎에서 들렸다.

어떤 시나리오든 김 감독의 감독 인생 최대 위기다. 첫 번째라면 완전히 힘이 빠진 '레임덕'이 왔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버티다, 버티다 꺼낸 최후의 카드로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기에, 여기서 반등하지 못하면 비극적 결말 외 다른 시나리오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3년 계약을 했지만,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싼 감독은 그동안 숱하게 많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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