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부산 사직구장.
조원우 롯데 감독의 승부수는 '닥공 라인업'이었다. 이대호를 3루수로 세우고 채태인에게 1루수, 이병규를 지명 타자로 배치하는 스타팅 라인업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이 앞뒤로 배치됐다. 1번부터 6번까지 모두 3할 타자로 채워진 타선. 조 감독은 지난 1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이 라인업을 가동했으나 우천 노게임 선언되면서 없던 일이 된 적이 있다. 이날 삼성전이 '닥공 라인업'의 공식적인 첫 가동이었던 셈.
조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0-2로 뒤진 1회말 2사 1, 2루에서 이병규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2회말에도 문규현의 투런포와 손아섭의 솔로포가 나왔다. 3회말에는 무사 만루 찬스에서 신본기, 문규현이 잇달아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만들며 두 점을 추가했다. 6회말 2사 1루에서는 채태인, 이대호, 이병규가 연속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로 한 점을 추가했다. 서투른 방망이질 속에 잔루를 남발했던 전날과 확 달라진 집중력이었다.
그런데 불펜이 흔들렸다. 9-4로 여유롭게 앞서던 7회초 필승조 진명호가 선발 투수 김원중의 뒤를 이어 받았으나 4실점 했다. 오현택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동점 주자까지 내보낸 끝에 간신히 위기를 막는 듯 했다. 그러나 9-8로 앞서던 9회초 등판한 '수호신' 손승락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닥공 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지난 2011년 6월 8일 대구 삼성전 이후 2562일 만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와 최근 어깨 통증으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유격수 문규현이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지만 허사였다. 롯데는 연장 11회말 터진 이대호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대9로 이길 수 있었다.
'최선의 공격은 수비'라는 말이 있다. 삼성전을 지켜본 롯데 팬들은 아마도 이 말을 떠올렸지 않을까 싶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