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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넥센 히어로즈의 팬이라면 이미 제목을 본 순간부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 오르는 애잔함을 느낄 것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 감정은 측은함에 가까울 수도 있다. 또한 다른 구단의 팬이라면 애잔함 보다는 '그게 사실이야?' 정도의 놀라움과 어이없음으로 기록을 다시 찾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일단 투수의 기량을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인 평균자책점(ERA)을 보자. 그는 1일까지 12경기에서 76⅔이닝을 던져 31자책점을 허용해 3.64의 ERA를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9위에 해당한다. KBO리그 전체 선발 투수 중에서 9번째로 경기당 점수를 적게 내줬다는 뜻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30으로 리그 전체에서 공동 9위다.
게다가 브리검은 대표적 이닝 이터다. 그가 12경기에서 던진 76⅔이닝은 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숫자다. 나올 때마다 평균적으로 6⅓이닝 정도는 꾸준히 소화해줬다는 계산이 나온다. 12차례 등판에서 총 8번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했고, 그 중 3번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렇게 브리검은 올해 12번의 등판에서 2승밖에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승수에서는 KBO리그 투수중 고작 48위(공동)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1일 맞대결을 펼쳐 시즌 6승(4패)째를 따낸 LG 차우찬의 평균자책점은 5.29나 된다. 브리검(3.64)보다 무려 1.65나 더 높다. 바꿔 말하면 브리검도 운이 실력만큼만 따랐다면 적어도 3~4승은 더 따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브리검만 보면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다. 타자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잘 던지고 있어서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 브리검이 스스로 이럴 때일수록 기가 죽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전했다. 과연 브리검은 언제 쯤 실력대로 승수를 쌓아나갈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