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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행 유희관, 복귀 후 첫 구원 등판 어땠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5-20 06:00


◇유희관.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불펜 투수'라는 타이틀이 낮설다.

유희관(두산 베어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부동의 선발 투수였다. 2015~2016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7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8.64로 무너졌다. 4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리를 수확했지만 5⅔이닝 5실점, 내용 면에선 만족할 수 없었다. 공 끝에 힘이 떨어지고 강점이었던 제구마저 흔들리며 난타 당했다. 결국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5일 유희관을 2군으로 보냈다.

15일 1군에 다시 콜업된 유희관. 보직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롱릴리프 또는 원포인트로 활용하다 구위를 회복하면 선발 경쟁을 시킨다는게 김 감독의 계산이었다. 김 감독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릴 것"이라며 "선발 뒤에 붙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원포인트로 쓰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팀이 1-10으로 뒤지던 4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두산은 선발 장원준이 1⅔이닝 만에 8실점하며 무너졌다. 곽 빈이 급히 마운드에 올랐으나 1⅓이닝 동안 2점을 더 내줬다. 유희관은 두산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패전 처리와 다름없는 상황. 유희관에겐 낮선 장면일 수밖에 없다. 야구계 관계자는 "유희관이 프로 데뷔 후 불펜 보직을 맡은 적은 있으나 대부분 접전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등판은 아마 시절에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이날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동안 4안타(1홈런)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4회 선두 타자 정 훈에게 던진 초구 119㎞ 체인지업이 홈런으로 연결되며 실점했다. 하지만 5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후속타자 3명을 차례로 돌려세웠고, 6회 선두 타자가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삼진 두 개, 라인드라이브 타구 하나를 묶어 차분하게 이닝을 마무리 했다. 총 투구수는 51개. 119~123㎞의 구속을 형성한 체인지업(21개)을 가장 많이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2㎞. 최저 99㎞의 슬로 커브와 슬라이더도 섞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7%였다. 선발 등판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제구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노련함을 바탕으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유희관이 올 시즌을 불펜에서 마무리할지는 미지수다. 이용찬-이영하가 호투 중이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선 승부의 무게감을 견딜 관록과 배짱이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유희관은 적임자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롯데전 불펜 출격은 선발 복귀를 향한 첫 발을 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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