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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교체 실패 한용덕 감독, "내가 욕심을 부렸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4-22 13:47


한화 한용덕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8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4.17/

"제가 너무 욕심을 냈죠."

연패를 겪는 감독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 답답함과 아쉬움, 그러다가 조급해진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때로는 그 '어떻게든'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작전을 무리하게 쓰는 경우다. 4연패 중인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자신이 그 오류에 빠져있었다고 '자아 비판'을 했다.

한 감독은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전날 역전패의 원인이 바로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전날 한화는 1회말 2번 하주석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5연타가 터지며 손쉽게 3점을 먼저 뽑아 앞서나갔다. 3-0의 리드는 5회까지 이어졌는데, 6회초 2점을 내준 뒤 8회초에 다시 2점을 허용해 결국 3대4로 역전패를 당했다.

한 감독이 "내 욕심이었다"고 지적한 부분은 바로 실점한 두 이닝의 투수 교체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한화 선발로 나온 우완 사이드암 김재영은 5회까지 단 2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그런데 6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에 이어 1번 이정후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 고종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루 주자 박동원이 그 사이 3루까지 갔다. 김재영은 여기까지 딱 80구를 소화했다.

그런데 한 감독은 이 시점에 빠르게 투수를 송은범으로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이게 패착이었다. 송은범은 폭투로 1루 주자 이정후를 2루로 보낸 뒤 1사 2, 3루에서 3번 김하성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4번 초이스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내줬다. 2점 모두 김재영의 자책점으로 계산됐다. 그래도 송은범이 연속 볼넷으로 만루까지 만든 뒤 이택근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다. 이때까지는 3-2로 리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7회를 삼진 3개로 잘 막은 송은범은 8회에도 나와 무너졌다. 투구수 34개 상태에서 또 마운드에 올랐다가 1사 후 김하성에게 우중간 안타, 와일드피치 후 초이스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한 감독은 부랴부랴 박상원을 교체 투입했는데, 박상원마저 2사 1, 3루에서 이택근에게 우전 적시타로 역전을 내줬다. 한화 4연패의 원인이다.

한 감독은 이런 일련의 악순환이 결국 스스로의 판단 미스였다고 고백했다. 한 감독은 "내 욕심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김재영을 좀 더 던지게 놔뒀을 것이다. 그러나 박동원에게 2S에서 안타를 맞으니까 욕심을 내서 송은범을 일찍 올렸다. 이제는 차분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투수교체는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만약 송은범의 조기 투입이 성공적이었으면 한 감독의 용병술이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는 실패였다. 한 감독은 이를 겸허히 반성했다.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도 감독이 갖춰야 할 미덕이다. 당장은 연패 중일 지라도 한화와 한 감독이 펼쳐야 하는 레이스는 아직 훨씬 많이 남았다. 한 감독이 다시 냉정함을 찾아 팀의 연패를 끊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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