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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욕심을 냈죠."
한 감독이 "내 욕심이었다"고 지적한 부분은 바로 실점한 두 이닝의 투수 교체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한화 선발로 나온 우완 사이드암 김재영은 5회까지 단 2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그런데 6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에 이어 1번 이정후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 고종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루 주자 박동원이 그 사이 3루까지 갔다. 김재영은 여기까지 딱 80구를 소화했다.
그런데 한 감독은 이 시점에 빠르게 투수를 송은범으로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이게 패착이었다. 송은범은 폭투로 1루 주자 이정후를 2루로 보낸 뒤 1사 2, 3루에서 3번 김하성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4번 초이스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내줬다. 2점 모두 김재영의 자책점으로 계산됐다. 그래도 송은범이 연속 볼넷으로 만루까지 만든 뒤 이택근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다. 이때까지는 3-2로 리드가 유지되고 있었다.
한 감독은 이런 일련의 악순환이 결국 스스로의 판단 미스였다고 고백했다. 한 감독은 "내 욕심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김재영을 좀 더 던지게 놔뒀을 것이다. 그러나 박동원에게 2S에서 안타를 맞으니까 욕심을 내서 송은범을 일찍 올렸다. 이제는 차분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투수교체는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만약 송은범의 조기 투입이 성공적이었으면 한 감독의 용병술이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는 실패였다. 한 감독은 이를 겸허히 반성했다.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도 감독이 갖춰야 할 미덕이다. 당장은 연패 중일 지라도 한화와 한 감독이 펼쳐야 하는 레이스는 아직 훨씬 많이 남았다. 한 감독이 다시 냉정함을 찾아 팀의 연패를 끊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