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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정우람 아낀 한용덕 뚝심, 한화 베테랑들 책임감 느껴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3-30 06:05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대4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한화 선발 김민우의 헤드샷 퇴장. NC 손시헌의 부상, 구급차 이송. 한화 송은범의 예상치 못한 호투, 한화 베테랑 정근우의 치명적인 실책, NC 최준석의 극적인 대타 결승 스리런 홈런까지. 한편의 드라마였다.

순간 순간 선택의 기로가 있었다. 최준석을 대타로 낸 김경문 NC 감독의 선택,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마무리 정우람의 조기등판을 거부하고 심수창으로 밀어붙였던 한용덕 한화 감독의 선택.

야구를 결과로, 뒤에서부터 풀어나가면 한도 끝도 없다. 다만 그 결과를 이끌어낸 선택에 있어 1경기 승부를 뛰어넘는 철학이 있느냐, 없느냐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한화는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에서 2루수 정근우가 결정적인 수비실책을 했다. 마산구장 내야는 불규칙 바운드가 많다. 이날 경기 전 수비펑고를 받던 한화 3루수 송광민은 불규칙 바운드에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정근우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미리 내야 흙을 체크하고, 정 불안하면 전진 대처하는 등 해결 방법이 없진 않았다.

지난 27일 한화 1루수 김태균은 2사만루에서 높게 치솟은 내야 플라이볼을 놓쳐 싹쓸이 실책을 범했다. 실책 하나로 경기 분위기는 넘어갔다. 이날 정근우의 실책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후 외야 희생플라이가 이닝 종료로 연결됐을 것이다.

한화는 1-0으로 앞선 1사만루에서 바뀐 투수 심수창이 동점 희생 플라이를 내줬다. 이후 2사 1, 3루. 한화 불펜에서는 몸을 풀던 마무리 정우람이 마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용덕 감독은 끝내 정우람을 부르지 않았다. 심수창은 대타 최준석을 상대했고, 결승 3점홈런을 맞았다.

심수창은 전날까지 한화 불펜진 중 유일한 실점, 유일한 피홈런을 안은 투수였다. 한화의 불펜 중심은 박주홍 박상원 서 균 김범수 송창식이다. 심수창은 필승조보다는 추격조다. 이날 한화는 불의의 사고로 2회부터 불펜이 총가동된 상태였다. 이미 필승조 5명이 죄다 투입된 상태였다. 8회 2사 1,3루에서 선택 지는 두 곳이었다. 심수창에게 계속 맡기느냐, 정우람을 조기에 콜하느냐였다.

정우람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다. 심수첩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을 팬들도 알고 상대팀도 안다. 한용덕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한 감독은 시즌에 앞서 "정우람은 '되도록' 1이닝만 던지게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되도록'이란 단서에 정우람도 미디어데이에서 "언제든지 1이닝 이상을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였다면 아마도 정우람을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즌 개막 5게임째. 최준석의 결승홈런이 터지던 순간 TV속에 비춰진 한용덕 감독의 얼굴엔 표정변화가 전혀 없었다. 최악의 결과까지도 염두에 둔 듯한 모습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긴 시즌을 내다보고 정우람 카드를 아꼈다. 투수들에게 "마운드에서 도망 다니는 투수는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한용덕 감독이다. 지도자가 스스로 기준을 흔드는 것은 원칙을 뒤로하고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이다. 조급한 마음에 마무리를 당겨 쓰면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마무리가 아닌 다른 투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암시를 사령탑과 팬들은 가질 수 있다.

정우람이 2사 1,3루에서 삼진을 잡았을 지, 안타를 맞았을 지, 홈런을 내줬을 지 알 수없다. 다만 한화는 결과적으로 144경기 중 아쉬운 1경기를 내줬다. 송은범의 호투가 빛이 바랬고, 정근우의 스트레스도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한용덕 감독의 뚝심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느꼈을 것이다. 감독 자신이 기용한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시즌 개막 후 1주일. 한화 베테랑 선수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박주홍 박상원 등 어린 선수들이 이글스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 억원, 수 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배들이 실책, 부진으로 후배들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누구도 원치 않았을 실책이겠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신구 의기투합없인 11년만의 가을야구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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