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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스토리] 넥센 보물 김하성 "언젠가 30-30 할 날 오겠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2-06 01:49


◇훈련을 마치고 포즈를 취한 김하성.  사진=김 용 기자

"언젠가는 30-30도 하는 날이 오겠죠?"

처음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리지만 야구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는데, 야구 뿐 아니라 인터뷰 실력도 최고였습니다. 어찌나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나가는지, 마치 제가 질문을 할 것에 대해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저는 질문지를 미리 주지 않았으니, 그만큼 평소 자신의 야구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사는 준비된 선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하성(23)은 넥센 히어로즈의 보물입니다. 2014년 신인 첫 해부터 1군에서 뛰었고, 이듬해에는 140경기를 뛰며 어엿한 팀 주전 유격수로 성장했습니다. 경기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2015년 19홈런 22도루로 아쉽게 20홈런-20도루 클럽에 못들어가더니, 2016 시즌에는 20홈런-28도루로 보란 듯이 20-20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0-20에는 실패했지만 홈런수를 23개로 늘렸고, 2할 후반대에 그치던 타율을 3할2리로 상승시켰습니다. 대성공이죠. 두 시즌 연속 21개 실책을 저질렀는데, 작년에는 그 것도 18개로 줄였습니다. 타 팀 감독들은 이미 수비도 리그 최고라고 평가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입니다. 김하성은 "매 시즌 앞두고 똑같이, 열심히 준비합니다. 다만, 지난 시즌보다는 잘해야지 라는 목표를 두고 합니다. 개인 기록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런 기록적 목표를 세워놓고 해야 의욕도 생기고 집중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성과에 보상도 잘 받았습니다. 김하성의 올해 연봉은 3억2000만원. 프로 5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김하성은 이 기록에 대해 쑥스러워하며 "어린 나이부터 주전으로 뛰어 얻은 기록일 뿐이죠. 아마도 (이)정후가 5년차가 되면 제 기록은 그냥 깨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웃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리그 최고 유격수 같은데, 본인은 아직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김하성은 "안타 못치고, 실수하고 하면 빨리 잊으려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욱'하는 기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다음 플레이에 분명 안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그 마음 다스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 냉정하게 플레이 하는게 제 올해의 목표인거죠"라고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가 있겠죠. 바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어린 김하성에게는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도 중요하고, 만약 금메달을 딸 경우 돌아오는 병역 면제 혜택도 놓칠 수 없습니다. 김하성은 "국가대표가 된다는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지난해 말 아시야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서 뛰었을 때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아시안게임에도 가고 싶습니다. 유격수 포지션에 여러 선수들이 언급되는데, 저는 솔직해요. 꼭 뽑히고 싶습니다. 프로는 경쟁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꾸준히 한다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했습니다.

김하성에게는 올해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습니다. 최고의 거포 박병호입니다. 지난해 4번타자 중책을 맡았던 김하성인데, 올해는 그 부담을 조금 내려놓아도 될 듯 합니다. 김하성은 "4번을 내려놓게 되서 아쉬운 건 전혀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지난해 4번에서 부담을 느끼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재미있게 야구를 한 것 같습니다. 박병호 선배는 최고의 타자입니다. 그런 선수와 함께 뛴다는 자체만으로도 저는 벌써 너무 설레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기 전 "30홈런-30도루도 목표로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묻자 "힘을 키우려면 몸도 키워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도 욕심은 있는데"라고 솔직히 말합니다. 그러면서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30-30도 하는 날이 오겠죠?"라며 웨이트트레이낭장으로 떠났습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2~3년 안에 그의 꿈이 실현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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