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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
주장 자리에서 내려오니 홀가분하다. 내 나름대로는 팀에 좋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016 시즌에는 성적이 좋으니 내 주장 역할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작년에는 성적이 안좋으니 그 것도 욕을 먹게 되더라. 그래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선수들이 좋게 평가해줘 좋았다.
-주장으로서 고충이 있었다면.
-선수단, 특히 투수조의 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정말 열심히 한다.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린 투수들이 많아졌다. 나를 포함한 30대 고참들이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웃음)
-말한대로, 올해는 선발 경쟁에서 느끼는 온도가 다를 것 같다.
-그래도 해왔던 게 있는데, 갑자기 경쟁 구도에 몰리는 자체가 자존심 상하지 않나.
그런 거 없다. 이 상황을 다 받아들이고 있다. 프로는 결과로 얘기하는 것 아닌가. 코치님들께서 "그래도 초반에는 너에게 기회가 가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시지만, 절대 안주할 생각이 없다. 후배들이 이만큼 훈련하면, 나는 3배를 더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개막 5연승을 했음에도, 8승6패로 마감했다. 후반기 구속과 구위가 너무 떨어졌다.
사실 작년 시즌 시작 전부터 몸이 안좋았다. 등이 아팠다. 동료 정찬헌이 경추 석회화 제거 수술을 받았었는데, 나도 비슷한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주장 역할을 하다보니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거기에 내 스스로 공이 안좋은 걸 느끼는데, 운이 좋게 5연승을 해버렸다. 내려놓고 쉬고 치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계속 던지니 몸이 더 안좋아졌다. 내 욕심에, 내 스스로 나를 타락시킨 꼴이 됐다.
-그럼 지금은 몸상태가 어떤가.
100% 완치는 아니지만, 현재는 통증 없이 훈련하고 있다. 신정락이 캐치볼을 받아주며, 캐치볼 할 때 공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얘기해줬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직구 127km 나오고 그랬다. 올해는 더 확실히 준비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조건 좋은 공을 던질 자신이 있다.
-올시즌 목표는.
이제 숫자로 목표 말하고 할 때가 아닌 듯 하다. 그냥 내 야구를 후회 없게 하고 싶다. 와이프에게 말했다. 올시즌 결과에 내 야구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말이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