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나유리의 밥상 인터뷰] 장원준 "한국시리즈 후회, 9이닝 버텼더라면"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1-28 17:08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6/

큰 눈망울에 덤덤한 표정, 말수가 별로 없고 웃는 표정도 자주 보기 힘든 선수. 두산 베어스 장원준(33)에 대한 인상이다. 하지만 두산 구단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인 그는 무뚝뚝한 말투 속에 배려와 책임감이 녹아있다.

한때 '장롤코(롤러코스터)'로 불렸지만 이제는 '장꾸준'으로 두산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다. '투수 FA(자유계약선수)는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잔혹했던 FA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있는 성공 사례. 스프링캠프 조기 출국 전인 지난 16일 장원준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호주에 조금 일찍 들어간다.(장원준은 양의지 유희관 등 동료들과 지난 18일 출국했다)

아무래도 한국은 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한데 가서 몸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호주는 지금 여름이라 얼마전에 48도까지 올라갔다고 하더라. 걱정이다. 올해는 조금 천천히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시즌이 빨리 시작하니까 늘 하던 패턴대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시즌 끝나고 어떻게 보냈나.

11월은 그냥 쉬고 12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1년 전 결혼한 아내랑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갔다.


-곧 아빠가 된다고.

4월에 출산 예정이다. 딸이다. 신기하다. 아직 실감이 안난다.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지겠다.

당연하다. 챙겨야 할 식구가 한명 더 늘었으니까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 같다.

-아내 요리 솜씨가 빼어나다는 소문이 있다.

나는 원래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는다. 혼자 살 때는 거의 다 사먹었는데, 지금은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준다. 정말 잘 만난 것 같다.(웃음) 내 건강을 엄청 신경쓰고, 미안할 정도로 챙겨줘서 고맙다.

-스프링캠프에 가면 한동안 떨어져있어야 하는데.

임신 중인데 미안하다. 그래도 아빠 태교가 중요하다고 해서 생전 안보던 책을 계속 읽어주고 있다.(웃음) 아빠 태교 동화나 두뇌발달책 등 다양한 태교책이 있다.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6/
◇"한국시리즈 2차전, 더 버텼다면…."

-지난해 아쉽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두산 와서 2년 연속 우승하다 처음으로 준우승을 하니까 아쉬움도 많이 남고, 한 경기 더 던지고 싶었는데 등판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다른 선수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1차전 이기고 나서는 분위기를 탈 수 있겠다, 2차전만 잡으면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2차전 선발이었던 나도 비장하게 올라갔는데, 결과적으로 잘던지기는 했지만 내가 (양)현종이처럼 9이닝을 버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경기로 분위기가 넘어간 것 같아서, 내 잘못인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다.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바뀌었다. 더스틴 니퍼트가 kt로 이적하면서 라이벌이 됐는데.

새로운 느낌이다. 바뀐 선수들이 잘해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물론 니퍼트를 다른 팀 선수로 보는 것은 낯설 것 같다. 한 팀에서 같이 뛸 때는 마치 한국선수인 것 같았다. 니퍼트를 보면 이상하고 어색할 것 같다.

-'판타스틱 4'(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 구성원도 바뀌게 됐다.

새로 온 외국인 투수들과 함덕주까지 잘해주면 '판타스틱 5'가 되지 않을까. 덕주가 긴 이닝을 경험해본 게 작년이 처음이라 올해는 힘들 수도 있다.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다. 잘 이겨내길 바란다.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인가?

좋은 이야기는 별로 안하고 잔소리와 독설을 맡고있다.(웃음) 자극 받으라는 의미의 독설이다. 아쉬운 점이 있거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직접 이야기한다.

-두산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벌써 고참이 됐다. 투수들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이제 (김)승회형, (이)현승이형 정도다. 어릴때는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시간 정말 빠르다.

-후배들이 슬라이더 그립 많이 물어본다던데.

그립 잡는 방법이랑 던지는 법은 알려주는데, 정작 본인이 느낌을 가져야 자기 것이 된다. 나도 체인지업을 처음 배워서 손에 익기까지 2~3년 걸렸다. 후배들도 스스로 느껴야 알 수 있다. 안되고 짜증나니까 포기를 해버리는 선수도 있더라.

-팀 후배 박건우와 처남-매형 사이다. 가족과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처음에는 가족이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웃음) 인연이 닿았다. 같은 팀이라 좋다. 서로 이야기 안해도 잘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다. 물론 야구 이야기는 집에서 절대 안한다. 건우가 유독 내가 등판한 날 잘 칠 때가 많았는데, 결정타를 치면 꼭 옆에 와서 "봤죠? 봤죠?" 하고 티를 낸다. 그럼 나는 "더 쳐라. 부족하다"고 얘기한다.(웃음)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6/
◇개인 타이틀 없는 선수

-두산에서 벌써 4번째 시즌이다. 처음엔 팀 적응도 힘들고 어색해보였는데 이제는 다른 모습이다.

이제 완전 적응했다. 처음에는 경기 끝나면 매일 집에만 있고, 쉬는 날에도 밖에 안나갔다. 이제는 결혼도 했으니까 쉬는날 같이 외식도 하고, 아내랑 쇼핑도 한다. 편해진 것 같다.

-롯데 장원준과 두산 장원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가.

경험이다. 두산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했다. 롯데에 있을 때보다 여유도 생겼다. 롯데에서는 총각이었고, 여기서는 유부남이 됐다. 결혼해서 정말 너무 좋다.(함박웃음) 아내도 나만큼 좋으려나?

-말이 별로 없고 농담도 안하는 이미지인데.

장난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다정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어도. 성격 역시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인터뷰 하자고 하면 도망다니기 바빴고 무조건 단답형이었다. 지금도 도망다니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웃음)

-선수단 내 최고참급이고 고액 연봉자다. 책임감이 크다.

밑에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그들이 내 행동을 본다는 것이다. 늘 조심히 행동해야 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한다.

-그동안 개인 타이틀이 한번도 없었는데, 욕심은 없나.

그만한 성적을 못냈던거다. 처음에는 욕심이 없다가 시즌 막판에 순위권에 있으면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역효과가 난다. 본의 아니게 의식을 하는거다. 내려놓고 해야하는데.

-개인 타이틀은 없어도 누적 기록이 무척 좋다.(장원준은 좌완 최초 8년 연속 10승과 최다 타이에 해당하는 10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는 거니까 개인적으로 더 좋다. 남다른 자부심도 있고, 애착도 많이 간다. 은퇴하기 전까지 누적 기록을 계속 쌓고싶은 욕심도 있다.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위기는 없었나.

위기 아닌 위기였는데, 두산 첫 시즌이었다. 5월 초에 팔꿈치가 아파서 엔트리에 빠졌는데 두려웠던 것 같다. FA로 와서 첫 시즌인데 아파서 2군 내려가면 또 사람들이 '역시 투수 FA는 사면 안된다'고 할까봐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잘 치료해주셔서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FA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 적은 금액을 받고 온 것도 아니고, 첫 시즌에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6/
◇장원준의 숨겨온 스피드 욕심

-승부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다. 화가 나도 속으로 삭히는 편이고, 속에 감춰두는 편이라 속병이 많이 생긴다.(웃음) 그래도 예전에 비해 기분 좋은 것은 많이 표현을 한다.

-노리고 있는 목표가 있나.

이닝? 작년까지 1844이닝을 던졌는데, 2000이닝은 곧 돌파할 것 같다. 목표가 3000이닝이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그러려면 45살까지 야구를 해야할 것 같다.(웃음)

-나이가 비슷한 투수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이닝이 많다. 같은 좌완인 양현종, 김광현도 쉬어간 시즌이 있어서 차이가 꽤 난다.

그 선수들은 공이 빨라서 그렇다. 나처럼 142~143㎞ 정도로 던져야지.(웃음)

-구속에 대한 욕심이 있나.

있다. 프로에 오니까 빠른 선수들이 넘치더라. 내가 빠른게 아니라 평균이었다. 스피드가 나면 공 던지는데 더 자신감이 생기고, 몸쪽 승부도 더 쉬워진다. 욕심은 나는데, 코치님들이 욕심 내지 말라고 하신다. 스피드 욕심 내다보면 과부하 걸려서 아플 수도 있으니까. 물론 욕심은 남아있다.

-지금 팀 두산의 강점은 무엇인가.

개개인 능력도 좋지만 응집력이 가장 좋다.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경기를 하다보면 서로 '오늘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된다. 또 시즌을 치르다보면 한 경기 안좋게 졌다고 해서 침체되는 일이 없다.

-우승에 근접한 팀에서 뛰는 것은 행운이다.

맞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당연시되고 우승을 노려볼 수 있어서 좋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