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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채태인을 필요로 했다면, 이미 FA 신분이니 그냥 계약을 맺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묘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보상금 문제다. 넥센은 일찌감치 '채태인이 타 구단과 FA 계약을 맺을 경우 보상 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공언을 해놓았다. 때문에 보상 선수를 내줄 필요는 없지만, 대신 보상금으로 전해 연봉 300%에 해당하는 9억원을 줘야한다. 롯데가 이 지출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유밖에 없다.
두 구단의 합의가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넥센도 박병호까지 돌아온 상황에서 굳이 채태인과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선수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이런 방법이라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 역시 지출을 최소화해 1군 자원을 '플러스' 했으니, 유망주 좌완 투수를 내줬다 하더라도 당장 큰 손해는 아니다.
다만 굳이 이런 우회 작전을 쓸 수밖에 없는 FA 제도적 문제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수를 영입할때 보상금, 보상 선수 제도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구단들도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FA 등급제에 대해 검토해보고는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 언제쯤 규정이 손질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겨울, 유독 베테랑 선수들에게 'FA 한파'가 몰아치면서 해가 넘기도록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채태인 케이스는 FA 규정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뒷받침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