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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32)가 돌아왔다. 사실상 메이저리그로부터 방출. 강제로 꿈을 접었다.
FA는 아니지만 KBO리그에서 쌓았던 업적, 메이저리그에서의 부진을 감안해도 납득하지 못할 몸값은 아니다. 2년간 미국야구를 경험한 뒤 돌아온 김현수(LG 트윈스)는 4년간 115억원을 받았다. kt위즈 황재균(4년간 88억원)도 마찬가지. 미국에서의 성적은 국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미 특A급의 경우 4년간 100억원 안팎으로 형성된 지 오래다.
하지만 국내 최고타자였던 박병호가 짊어질 연봉 15억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한 2년은 실패한 시간들이었다. 메이저리그 62경기에서 통산 타율 1할9푼1리, 12홈런 24타점. 마이너리그 성적도 신통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병호의 실패가 KBO리그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 씻을 수 없는 음주운전 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박병호의 팀동료 강정호는 한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꽤 성공을 거뒀다. 야구는 방정식이 아니다. 선수마다 제각각이다. 선수는 현재 자신이 속한 곳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보여주느냐로 평가받는 것이 맞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지난달 "박병호가 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상태"라고 했다. 박병호의 지난 2년은 처참했다. 다만 실패속에서 얻은 배움, 교훈으로 다시 일어선다면 지난 2년이 허송세월은 아닐 것이다.
리그 최소인 목동구장은 홈런왕 박병호에게는 늘 꼬리표였다. 이제 훨씬 큰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도 바뀌었다. 또 다른 도전 과제가 생긴 셈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더 한층 높일 기회가 왔다고 봐야할 것이다.
박병호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새벽부터 악플을 다는 포털사이트의 한 유명한 악플러는 지난 2년간 휘파람을 불었다. 박병호가 앞서 4년간 KBO리그 홈런왕을 달성했을 때도 많은 삼진과 목동구장을 '탁구장'이라며 놀렸다. 비판이 아닌 도를 넘어선 비난도 많았다.
홈런타자에게 삼진과 홈런은 동전의 양면이다. 박병호는 이제 '탁구장(?)'이 야구장으로 홈을 옮겼다. 40홈런, 50홈런을 때려낸 뒤 사석에서 조심스럽게 희망했던 '악플러와의 조우'를 연출한다면 이 또한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법정이 아닌 야구장이라면 더 드라마틱할 것이다.
야구 못한 것이 죄는 아니다.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2년으로 인생을 결정하기엔 박병호는 갈 길이 구만리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타자로 활약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곳에서도 보여줄 것은 많다. 벌써 홈런 디펜딩 챔피언 최 정의 수성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지 않은가. 스포츠1팀 기자·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