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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11일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오후에 공식 발표가 있기전 린드블럼은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롯데팬에 대한 애정, 롯데 구단에 대한 분노, 정직하지 못한 롯데, 전문적이지 못한 롯데, 개인의 가족문제(딸 건강)까지 이용한 롯데. 내용은 대충 이렇다. 글을 올라오자 다수의 야구관계자는 린드블럼이 이적에 최종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롯데 뿐만 아니라 두산까지 당황스런 모습이다. KBO리그를 떠나는 용병들의 경우 섭섭함이 있으면 토로하기도 하지만 린드블럼은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뛴다. 심지어 롯데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전례가 없었던 입장표명이다.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롯데와 린드블럼은 직접 소통보다는 에이전트를 통해 말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작은 오해가 불신을 키울 때가 많다. 말은 몇 차례 건너가면 완전 다른 말이 된다. 롯데, 두산, 타 구단, 에이전트 관계자들의 말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속에서 약간의 흐름은 짚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린드블럼이 뭔가 오해, 또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롯데는 린드블럼과의 올가을 재계약 협상에서 딸 문제를 언급한 적이 아예 없다. 지난해 팀을 떠날 때 딸의 건강 때문에 떠났던 것은 사실이다. 돌아온 뒤로는 딸 건강은 이슈가 전혀 아니었다.
롯데 관계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딸 건강 때문에 못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우리 구단이 흘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솔직히 말해 린드블럼만 오면 된다. 딸이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아무 상관이 없다. 데려오고 싶은 선수의 마음을 불편할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 딸의 건강을 위해 구단에서 백방으로 노력한 적도 있다. 린드블럼이 딸 문제를 들고 나왔을때 1년전 상황과 뭔가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된다"고 했다.
린드블럼이 주장하는 롯데의 딸 건강 언론플레이는 확인 결과 실체가 없다. 재계약 난항 기사 중 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기사가 극소수 있었지만 구단 관계자 코멘트는 아니었다.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기자의 판단이었다. 같은 기간 딸의 건강이 매우 좋아져 재계약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안된다는 정반대 기사도 있었다.
린드블럼이 주장하는 계약의 진정성은?
선수들은 계약이 틀어지면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자주 말한다.
원하는 연봉을 맞춰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단 관계자가 매일 전화하고 매일 만나자고 하면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일까. 매일 협상테이블에서 마주보며 미안하다, 꼭 필요한 선수다 소리만 반복하면 수천만원, 수억원의 연봉을 양보하고 계약할 선수가 있을까. 선수들이 말하는 진정성의 본질은 돈이다. 돌려 말 안해도 된다. 프로는 돈이 성의고, 진정성이고, 대우이며 실력이다.
린드블럼은 계약할 당시 FA조항을 삽입했다. 린드블럼은 11일 "FA조항 삽입은 딸 건강이나 돈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보류권은 KBO내 이적시에만 힘을 발휘한다. 이적하거나 타구단 이적을 빌미로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번에 롯데와 린드블럼의 감정이 상한 것은 그 보류권을 풀어주는 시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 구단은 11월 25일까지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한다. 5일간 비공개로 KBO가 이 명단을 검토한 뒤 11월 30일 공시한다. 당시 롯데는 린드블럼을 보류명단에 넣었다. 린드블럼의 에이전트는 계약위반이라며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닷새동안 더 많은 협상을 할수 있는데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린드블럼은 후반기 재입단 계약을 할 때 시즌을 마칠때까지 재계약에 실패하면 풀어준다는 조항을 넣었다. 시즌은 11월 30일 공식적으로 끝난다. 롯데는 12월 1일부터 린드블럼이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도록 보류권을 풀었다. 또 보류선수 명단은 공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 기한이 남은 롯데로선 미리 제외시킬 의무는 없다.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롯데 구단?
린드블럼은 롯데를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구단에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일갈이다.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받을 돈을 못 받았거나 구단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다.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부분은 팬들이나 미디어의 반응이 다양해 질수 있겠다. 다만 새로 둥지를 튼 두산이나 롯데나 구단 운영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몰라도.
여하튼 린드블럼은 브룩스 레일리(117만달러)보다 많은 145만달러에 계약했다.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고, 유니폼에 대한 충성심도 있는 선수다.
선수는 누구나 많이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구단들 역시 마지노선이 있다. 이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선수들이 일제히 섭섭함을 토로한다. 대부분 기준이 흔들릴 때 불만들이 쌓인다. 구단들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기준이 매번 흔들렸기에 몸값 거품이 양산됐다. 거액 계약에 성공하면 타팀 팬들은 거품이라 욕하고, 거액 계약에 실패하면 해당팀 팬들은 프런트가 무능하다고 욕한다. 팬들의 선수계약 지지가 크면 클수록 거품도 커지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벌어진다.
린드블럼이 롯데에 얼마를 달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협상과정에서 돈 액수를 얘기하지 않는다. 구단에서 제시하는 돈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저을 뿐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 구단에서 몇 차례 제시한 금액에 대해 거부의사만 밝혔을 뿐 얼마를 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략적으로 레일리 보다 많은 돈을 원했다는 사실만 간접적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최근 구체적인 선수의 희망 연봉이 언론을 통해 수치로 나오자 린드블럼측은 롯데 구단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드블럼은 돈 때문에 롯데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여러가지가 쌓였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는 돈이 핵심이다. 모든 문제가 이때문에 증폭된다.
린드블럼이 원하는 연봉을 롯데가 곧바로 안겼다면 그 속에서 진정성을 봤을 것이다.
린드블럼은 돈이 아닌 다른 치명적인 이유를 암시했는데 그랬다면 재계약 협상조차 할 필요가 없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봉협상에 임한 린드블럼측이었다.
분명한 것은 롯데는 린드블럼보다는 레일리를 내년 에이스로 판단했다. 두산은 니퍼트보다 린드블럼을 더 좋은 선수로 보고 있다. '진정성'이란 단어는 사실 계약이나 협상같은 '숫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매번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돈만 쫓는다는 시선은 누구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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