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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하지 말란 말야."
지난 8월 두산은 무서운 상승세로 KIA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후반기 시작할 때 13경기차였던 승차를 8월말 6경기로 좁혀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3경기차를 줄이는데 한달도 부족하다고 보면 두산의 1위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시즌 막판 두산 선수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는 지역을 돌며 포스트시즌에 만날 가능성이 높은 팀들을 '도장깨기'했다. 19일은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8대3으로 승리했고 20일에는 창원으로 옮겨 NC다이노스를 3대2로 격파했다. 그리고 22일에는 광주에서 1위 KIA에게 6대0으로 완승하며 포스트시즌 전망까지 밝게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수원 kt 위즈전에 패하며 두산의 1위 가능성은 꽤 줄어들었다. 남은 3경기를 다 이겨도 자력으로는 1위가 불가능하다. KIA가 남은 4경기에서 3패 하기를 바라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면에서는 이날 패전이 선수들에게는 더 속이 후련할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정규시즌 우승에 미련을 갖느니 포스트시즌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팀에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희망고문 하지 말란 말야"는 실제 두산의 한 선수가 취재진과 만나서 한 말이다. 1위 가능성 때문에 선수들이 매 경기 총력전에 나서야 하고 그만큼 체력이나 집중력 소모가 많아지면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26일과 28일 KIA의 2연승은 두산에게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두산은 이미 2위를 확정지은 상태다. 두산이 만에 하나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해도 지금과 같은 '희망고문'이 계속된다면 시즌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 같은 경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두산의 '파이팅'만으로도 두산팬들은 흐뭇해하고 있다. 두산에게 지금 정규리그 우승은 하면 좋지만 안해도 괜찮은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