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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 속담이 있다.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아 먹는다는말에도 계속 우는 아이가 곶감을 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보고 호랑이가 곶감이 더 무서운 동물인줄 알았다는 얘기.
롯데 자이언츠가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와 같았다. 처음 만나는 투수에 상대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했다.
롯데는 처음 나오는 투수 공을 잘 못친다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팀이 처음 보는 투수 공이 낯설다보니 어려움을 겪지만 롯데는 그 낯선 투수에 더 약했다고 한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경기전 이민우에 대해 "전력 분석을 하려고 해도 데이터가 거의 없다"라며 "눈에 보이면 쳐야 한다. 투구를 지켜보며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쳐야할지 공을 지켜보면서 공략을 해야할지 결정을 해야겠지만 일단 쳐야 한다"라고 답했다.
정작 뚜껑을 여니 공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롯데는 선발 김원중이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7실점을 하며 무너져 0-7로 뒤진 상태에서 1회말을 시작해야했다.
경기 흐름을 시작부터 내준 롯데는 이민우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도 못했다. 1회말 3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났고, 2회말엔 2사후 번즈가 솔로포를 쳐 첫 득점을 했고, 문규현이 2루타를 쳤지만추가 득점을 하지는 못했다. 3회말에도 2사후에 연속안타가 나와 1,3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이대호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 5회말에 사구와 상대 실책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전준우의 우익수 플라이에 김문호의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가 되며 득점에 실패.
6회말엔 최준석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민우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결국 이민우는 6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7회말 박진태로 교체됐다. 100점 만점의 데뷔전을 치렀다.
타선을 등에 업은 '곶감' 이민우가 '낯선 투수 증후군'을 걱정한 '호랑이' 롯데에 완승을 거뒀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