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핸드볼 스코어 속출, 프로야구가 왜 이러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7-18 00:57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KIA가 11타자 연속안타, 한이닝 홈런 4개로 12득점에 성공하며 13대12로 역전에 성공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7.05/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무사 3루 KIA 이명기가 2점홈런을 날린 후 홈인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7.05/

11-4, 13-4, 22-1. 10-6, 10-4, 13-4, 15-6, 17-18. KIA 타이거즈가 6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7월 5일 SK 와이번스전까지 8경기에서 기록한 스코어다. 이 기간에 KIA 타선은 140안타를 쏟아내 총 111점, 경기당 13.9점을 뽑았다. 가공할 공격력에 찬사를 보내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6월 이후 KIA가 한 경기에서 20점 이상을 올린 게 세 번이다. 지난 6월 16일 한화 이글스는 kt 위즈를 15대14로 눌렀고, 6월 17일 SK 와이번스는 삼성 라이온즈를 14대10으로 꺾었다. 또 두산 베어스는 6월 2일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15점, 넥센은 5월 26일 삼성을 맞아 18점, 롯데 자이언츠는 5월 25일 SK전에서 17점을 냈다.

'두산'은 지난 12일 인천도시공사를 24대2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두산'은 야구단이 아니라 남자핸드볼팀이고, 2017 SK 핸드볼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24점을 넣고 우승했다.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많은 점수가 나왔을 자주 등장하는 말이 '핸드볼 스코어'다.

프로야구에 '핸드볼 스코어'가 쏟아진다. 시즌 초반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해 '타고투저'가 완화되는 듯 했는데, 전반기 중반 이후 다득점 경기가 속출했다. 프로야구에 '핸드볼 스코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정상적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호쾌한 타격전 혹은 난타전. 팬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뒤지고 있던 팀이 경기 막판 맹타를 앞세워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오래된 격언을 들추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대개 극적인 승부는 타격을 통해 완성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야구답다. 팽팽한 투수전, 긴장감 넘치는 마운드 싸움에서 야구의 묘미를 찾는 팬도 많다.


2017 KBO리그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만루서 두산 김재호가 좌중월 만루홈런을 친 후 홈에서 김재환, 에반스, 오재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7.13.
호쾌한 타격, 다득점 경기도 좋지만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가 올라간다. 흔해지고 일상화된 난타전은 리그 전체로 봐도 좋지 않다. 다득점 경기가 쏟아진다는 건 투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전에는 4~5선발이 경기 초반 무너졌을 때 주로 나왔는데, 요즘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1~2선발 투수까지 순식간에 난타를 당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리그 수준과 경기의 질 저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구단, 10구단이 출범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다.

이번 시즌 한팀이 10득점 이상을 올린 경기가 93경기, 양팀이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게 9경기다. 타자들의 타격 능력, 파워가 좋아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헐거워진 마운드 탓이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2017 KBO리그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넥센 박동원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7.11.
시즌이 깊어질수록 팀 타율은 높아지고, 평균자책점은 악화되고 있다. 3~4월 2할7푼이었던 리그 평균 타율이 5월에 2할8푼3리, 6월 2할9푼8리, 7월 3할5리로 치솟았다. 반면, 3~4월 4.38을 찍은 평균자책점은 7월들어 5.83을 기록했다. 무려 1.50이 올라갔다. 아무리 시즌이 진행될수록 피로 누적으로 투수들의 힘이 떨어진다고 해도 비정상적인 수치다.

17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4.98. '타고투저'가 맹위를 떨친 지난해 수준(5.17)을 육박하고 있다. 여러가지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일본 프로야구 양대리그 12개팀 중 9개팀이 팀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팀 타율이 2할7푼을 넘는 팀은 히로시마 카프가 유일하고, 2할6푼이 넘는 구단은 히로시마를 포함해 3개팀에 불과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올 시즌 월별 타율-평균자책점

월=타율=평균자책점

3~4월=0.270=4.38

5월=0,283=4.63

6월=0.298=5.64

7월=0.305=5.83

◇최근 5년간 KBO리그 타격 기록

연도=경기수=타율=안타=홈런=득점=장타율=3할 타자수

2013=576=0.268=1만411=798=5353=0.350=16

2014=576=0.289=1만1533=1162=6477=0.443=36

2015=720=0.280=1만3864=1511=7598=0.430=28

2016=720=0.290=1만4560=1483=8074=0.437=40

2017=425=0.286=8472=871=4541=0.435=29

◇최근 5년간 평균자책점

연도=평균자책점

2013=4.32

2014=5.21

2015=4.87

2016=5.17

2017=4.98

※올해 기록은 7월 17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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