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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영건 투수들이 소모된 불펜의 빈틈을 타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불안하다. 하지만 왠지 든든하기도 하다.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치국와 이영하는 가장 눈에 띄는 신인이다. 올해 두산에 입단한 박치국은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전에서 행운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선발 유희관이 4⅔이닝 8실점으로 물러난 후 김강률 역시 1이닝 3실점해 6-11로 패색이 짙어진 6회 등판한 박치국은 1⅓이닝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6회는 2사 1,3루의 위기로 신인 투수로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박치국은 대선배 김태군을 2구만에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8명의 타자가 나서며 길었던 6회초를 마무리했다.
박치국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투수코치님이 편하게 맞춰잡는 식으로 던지라고 해서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공격적으로 던진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지만 투수의 마음은 비우라고 해서 쉽게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팀에 입단해 한해를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보냈던 이영하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오랜만에 보는 150㎞를 넘나드는 '파이어볼러'라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 16일 NC전에 첫 선발 등판했던 모습은 아직은 미완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3⅔이닝 6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고 볼을 남발하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다. 특히 3회 두번째 타자 김태군과의 맞대결에서는 12구의 접전 끝에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그의 공격적인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상대에 주눅들지 않고 피칭하는 모습이 좋다. 마이클 보우덴이 복귀할 때까지 2, 3번은 더 선발 등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깜짝 콜업된 전용훈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두산에 입단한 전용훈은 퓨처스리그에 머물다 처음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콜업된 날 곧장 마운드에 올라 9회 1이닝을 무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올해 입단해 초반 보우덴의 빈자리를 완벽에 가깝게 메워줬던 '우완 유희관' 김명신의 복귀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김명신은 통증이 없는 상태로 이미 불펜피칭에 들어가 보우덴과 비슷한 시기에 1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아직은 말 그대로 '미완의 대기'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볼넷을 남발하거나 한번에 많은 실점을 해 야수들의 힘을 빼는 일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금 더 담금질을 한다면 좋은 투수들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