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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경찰청이 뭐길래, 군복무 후 확 달라진 선수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6-12 21:03


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군대를 다녀온 뒤 슈퍼스타로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정해진 틀에 맞춰 2년을 산다는 게 인생에서 중요한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7 올스타 팬투표 1위를 달리고 있는 최형우는 군복무 후 슈퍼스타로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해 4년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포수로 입단한 최형우는 진갑용 현재윤 등 쟁쟁한 선배 포수들의 그늘에 가려 기회를 갖기 힘들었다. 2005년 말 방출된 그는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면서 새 인생을 모색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청 김용철 감독이 그에게 포지션을 외야수로 바꿀 것을 권유했다. 방망이에 소질이 있으니 타격에 전념하라는 의미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찰청 입단 2년째인 2007년 그는 타율 3할9푼1리, 22홈런, 76타점으로 2군 트리플크라운을 세웠다. 군 제대 후 그를 다시 부른 팀은 삼성이었고, 2008년 12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2할7푼6리, 19홈런, 71타점을 때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군 복무 후 신인왕의 영예를 안은 선수로 두산 베어스 양의지도 있다. 2006년 입단한 양의지는 4년 뒤인 2010년 신인왕에 올랐다. 경찰청을 제대한 직후 시즌이었다. 그는 2009년 2군 77경기에서 타율 3할6푼6리, 13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한층 향상된 실력을 보였다. 포수 출신 유승안 감독의 지도 덕분에 포수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2010년 3월 3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출전해 홈런 2방을 날리자 당시 김경문 두산 감독은 양의지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의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자리잡았다.

2015년 신인왕 구자욱도 비슷한 케이스다. 구자욱은 2012년 삼성에 입단해 1년간 2군을 전전하다 2013년 상무 야구단에 입단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해 2군서 타율 3할1리를 때렸고, 2014년에는 3할5푼7리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상무를 전역한 2015년 그는 비로소 1군에 데뷔할 수 있었고 타율 3할4푼9리,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신인이 됐다. 상무서 보낸 2년의 세월이 약이 된 셈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달라진 실력을 보인 선수로 민병헌(두산),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신재영(넥센)도 빼놓을 수 없다. 손승락은 넥센 시절인 2010년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마무리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던 당시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선수들이 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데 그게 해결됐고, 야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신재영은 2012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넥센을 거쳐 2014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지난해 넥센으로 돌아온 그는 1군 데뷔전을 가질 수 있었고, 15승7패-평균자책점 3.90을 올리며 압도적인 신인왕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군대를 다녀온 선수들이 팬들의 시선을 확 끌고 있다.

SK 와이번스 한동민을 비롯해 KIA 타이거즈 김선빈과 임기영이 주목받고 있다. 한동민은 12일 현재 타율 2할9푼9리, 20홈런, 49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과 타점 1위다. 올 시즌 MVP 후보로 한동민을 가장 먼저 꼽고 싶을만큼 클러치 능력이 대단하다. 2012년 경성대를 졸업하고 신인 지명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입단한 한동민은 군복무 전인 2013년 14홈런을 쳐 파워는 인정받았지만 주전을 꿰차진 못했다. 그러나 한동민은 상무 야구단에서 정교함을 키웠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서 타율 3할6푼5리, 22홈런, 85타점을 때렸다. 선구안이 좋아진 덕분에 볼넷은 늘고 삼진이 줄었다. 올 시즌 5월 이후 11개의 홈런을 때릴 정도로 날이 갈수록 농익은 파워히팅을 자랑한다.


2015년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 2군 홈런왕에 오른 한동민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손차훈 SK 운영팀장은 "동민이는 군대 가기 전에도 생활이 모범적이었고 실력은 몰라도 파워 하나는 인정받았다. 그런데 상무에서 규율에 따라 긴장하면서 더 단단해진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상무에 있을 때 중심타자로 많이 나가니까 상대하는 투수들의 질적인 측면이 기량일 늘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갔다 와서 지금 잘하고는 있지만 시즌이 끝나고 나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상무 입대 이전에도 김선빈은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날 현재 타율 3할6푼6리로 이 부문 2위까지 올랐고, 수비서도 약점을 줄여가고 있는 과정이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임기영은 2015~2016년, 상무에서 2년을 보낸 뒤 복귀해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임기영은 2014년 말 당시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로 옮겼고, 곧바로 군입대했다. 지난해 2군에서는 중간계투로 5승7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확실히 군복무 기간 실력을 향상됐다는 점이다. 1군 활동 중 군복무를 한 다음 돌아왔느냐, 아니면 1군 경험없이 입대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군인으로서의 책무와 야구선수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는 지가 중요하다. 이 점에 비춰보면 이들은 군 복무기간이 야구 인생의 전기가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외부 유혹에 흔들릴 여지가 적고 규율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체와 정신을 올바르게 가꿀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상무나 경찰청 입단 경쟁이 매년 치열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 또한 선수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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