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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김성근 전 감독이 떠난 뒤 한화 이글스는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야구판에서 감독이 시즌 도중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다. 성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옷을 벗을 수 있다. '감독은 파리목숨'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한다.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다. 코칭스태프 외 베테랑이 그들이다. 정근우(35) 김태균(35) 송광민(34) 배영수(36) 외에 손목골절로 수술을 받은 주장 이용규(32)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한화는 10개구단 최고령 팀이다. 최근 수년간 외부 FA를 끌어모았다. 또 내부FA는 웨만하면 잡았다. 이때문에 팀평균연령이 계속 높아졌다. 이는 부상가능성을 높이는 등 악영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베테랑의 경험과 관록은 오히려 큰 힘이 되고 있다.
배영수는 투수조 조장이다. 후배들을 더 챙긴다. 평소에도 서글서글한 말투로 후배들과 장난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준 그다. 배영수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프로"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며 파이팅을 주문하고 있다. 이용규는 최근까지 고척 스카이돔 원정에 따라나서는 등 홈게임 뿐만 아니라 원정경기까지 팀과 동행했다. 비록 같이 뛰지 못하지만 주장으로서 마음으로나마 동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물리치료 등으로 원정에 따라 나서지 못할 경우 후배들에게 자주 전화로 격려한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8연패 이후 2연승을 거두면서 팀분위기가 많이 회복됐다. 선수단이 많이 안정됐다.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서 주고 있다. 역시 많은 것을 경험해본 선수들이라 다르다. 특히 팀의 주축 선수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