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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송승준, FA먹튀에서 다시 '송·삼·봉'으로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5-11 22:31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FA 먹튀'에서 다시 '송·삼·봉'으로.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송승준(37)이 미스터리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누구도 예상못한 깜짝 활약을 보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파죽지세 3연승.

지난해만 해도 송승준은 'FA(자유계약선수) 먹튀' 취급을 받았다. 2015년 말 4년간 40억원의 계약 조건에 롯데에 잔류했지만 지난해 잔부상과 구위하락으로 10경기(41⅓이닝)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에 그쳤다.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자 롯데 코칭스태프는 송승준을 시즌 도중 거의 전력외로 분류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10월 송승준은 오른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통증을 참고 던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FA 첫해 수술 결정은 팬들의 화를 키웠다. 부상을 안고 있었던 고참 선수에게 거액을 안긴 롯데 구단을 질타했다.

절치부심하며 2군에서 몸을 만들었지만, 코칭스태프는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후반기에나 활약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구원으로 7차례 등판했는데,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박세웅(22) 박진형(23) 김원중(24) 등 젊은 선발진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이 분수령이었다. 선발 풀타임 첫해인 김원중과 박진형의 휴식을 위한 대체선발이 필요했고, 선발 경험이 많은 송승준이 낙점받았다. 송승준은 그 경기에서 5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승을 따냈다. 최고구속 147km의 빠른볼에 포크볼은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 한화 타자들, 한화 코칭스태프, 롯데 동료들, 조원우 롯데 감독까지 모두가 놀랐다. 지난 2일 kt 위즈전(8이닝 무실점 선발승)과 지난 10일 한화전(5⅔이닝 1실점 선발승)까지 송승준은 거침이 없다. 10일 경기에서도 최고구속 146km를 찍었다. 전성기 구위다.

송승준은 인생 자체가 드라마다.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는 꽃길이었다. 2008년부터 6년간 71승(48패)을 따냈다. 2009년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면서 얻은 별명이 '송삼봉'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에 선발돼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인 내리막을 걸었다. 2014년 8승11패(평균자책점 5.98), 2015년 8승7패(4.75)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팀에 기여한 부분과 꾸준함을 인정받아 FA 계약을 했다. 당시에도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롯데는 송승준에게 15승을 바라지도, 부상없이 풀타임 선발로 뛰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10승 언저리를 채워주길 희망했다. 지난해 부진은 롯데 프런트에게 자괴감을 안겼고, 송승준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갑자기 달라진 송승준을 보며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무엇이 그를 바꿔 놓았을까.

부상과 투구폼의 상관관계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송승준은 원래 안 아픈 게 강점이었다. 2014년까지는 잔부상 하나 없었다. 지난해 팔꿈치가 좋지 않았지만 참고 던졌다. 도저히 견딜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수술을 결정했다. 투수들에게 어깨수술은 가장 두려운 일이다. 팔꿈치 수술은 그나마 낫지만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수술 뒤 재활에 실패해 구위회복을 못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몸에 칼을 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송승준에게 2승을 안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송승준의 투구폼이 바뀌었다. 지난해와 다르다. 짧게 끌어올려 길게 뻗어준다.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김원형 수석코치(투수코치)의 영향도 있다. 김 코치가 현역 때 그런 피칭스타일을 고집했다. 장점이 많은 피칭폼이다. 송승준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빨리 수술을 했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 포수 강민호는 "(송)승준이형이 수술 뒤 피칭시 팔을 완전히 뻗어준다. 구위도, 볼끝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팔꿈치 웃자란뼈 통증은 빠른 볼 투수들의 숙명이다. 강력한 볼을 계속 던지다 보면 팔꿈치가 버텨내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골절이 생기고 뼈를 아물게하는 진액이 조금씩 나와 굳으면서 점차 커진다. 컨디션이 좋으면 괜찮고, 컨디션이 나쁘면 이것이 근육이나 인대를 건드린다. 통증이 생기고, 심하면 염증도 생긴다. 재활이나 약물(주사)요법, 또는 근원치료인 수술을 하게 된다.

실제로 팔꿈치나 어깨 웃자란뼈 제거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열이면 아홉, 통증이 완전히 사라져 놀란다. 한화 윤규진 안영명(이상 어깨 웃자란뼈 제거 수술)이 이 경우다.

하지만 몇몇은 수술 후 본래 구위를 되찾지 못한다. 재활 방법과 과정, 개인차 등이 변수다. 수술을 하면 기존 근육이나 인대의 긴장감이 덜해지기도 한다. 이렇게되면 구속이 떨어진다. 송승준은 지금까지는 수술 뒤 단점은 거의 없고, 장점만 챙긴 성공 케이스다. 직구 구속이 살아나다보니 포크볼이 더욱 위력을 얻는다.

최태원 한화 타격코치는 송승준에 대해 "공략법을 당연히 고민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직구가 워낙 좋고, 로케이션이 확실하다. 버리는 볼이 없다. 포크볼의 꺾이는 각도도 여간 예리한 게 아니다. 포크볼을 버리고 직구만 노리고 들어가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투가 거의 없는 투수다. 공략자체가 어렵다"고 말한다. 송승준의 마음가짐도 달라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최 코치는 "아마도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같다. 마운드에서 이를 악물고 던지는 것이 보였다.

송승준은 올 시즌 개막 후 40일 동안 신분이 급상승됐다. 중간계투에서 대체선발, 그리고 붙박이 선발, 지금은 에이스. 조원우 감독은 "이렇게 매경기 완벽하게 틀어막는데 어떻게 빼느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승리 뿐만 아니라 이닝이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불펜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송승준은 "매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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