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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거 3인방' 네덜란드는 왜 좋은 유격수가 많을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3-08 23:27


한국과 네덜란드의 WBC 1라운드 경기가 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한국팀이 0대5로 패하며 2패를 당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3.0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표팀은 최정상급 내야진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포지션 정리가 복잡했던 곳이 바로 '유격수'다.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전 유격수가 3명이나 있다. 젠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까지. 모두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은 정상급 유격수다. 하지만 대표팀에 모이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부터 WBC를 준비해온 헨슬리 뮬렌 감독은 포지션 정리를 일찌감치 끝냈다. 수비로는 메이저리그 최고로 꼽히는 시몬스가 주전 유격수를 꿰차고, 보가츠가 3루로 자리를 옮겼다. 그레고리우스는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메이저리거인만큼 자존심을 부릴 수도 있지만, 선수들은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레고리우스는 "어릴 때부터 3루수도 해봤고, 유격수로도 뛰었다. 팀은 원래 서로 도와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워낙 좋은 유격수들이라 각자의 역할을 잘한다. 그래서 내가 지명타자로 뛰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했다.

네덜란드 내야는 첫 경기부터 완벽했다. '철벽 수비'였다. 한국 타자들의 타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걷어 냈다. 특히 시몬스는 스텝을 밟지 않고 한 박자 빠른 1루 '레이저 송구'로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내야수들의 호수비가 나올 때 마다 한국 객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나왔다.

네덜란드 대표팀에 이렇게 수비력 좋은, 실력있는 유격수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네덜란드 대표팀 중 대다수의 선수들이 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작은 섬 퀴라소 출신이다. 뮬렌 감독을 비롯해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적인 외야수로 꼽히는 앤드류 존스 코치, 그레고리우스, 시몬스, 보가츠, 주릭슨 프로파르, 조나단 스쿠프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네덜란드 본토가 아닌, 퀴라소에서 자랐다.

네덜란드령인 퀴라소는 인구 15만명도 안되는 작은 섬나라지만, 야구 열기가 대단하다. 뮬렌 감독은 "이번 WBC 대회를 보기 위해 퀴라소 사람들은 새벽 시간에도 일어나 우리를 응원할 것이다. 새벽 늦은 시간이지만 알람을 맞춰놓고 야구를 볼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 열기는 존스 코치의 전성기 시절로 이어진다.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 중 대부분이 "어릴 때 텔레비전을 통해 존스 코치님의 플레이를 봤다. 우리의 우상이었다"고 말했다.

시몬스는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수비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시몬스는 "퀴라소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는 잔디가 별로 없고, 돌들이 많이 박혀있는 울퉁불퉁한 땅에서 야구를 하며 자랐다. 그 위에서 축구도 하고, 스포츠를 한다. 거친 필드에서 훈련이 돼있기 때문에 수비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이제 메이저리그의 중심 선수로 성장했고, 국제대회에서도 '네덜란드 대표'라는 자부심 아래 똘똘 뭉쳤다. 작은 섬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만든 새로운 트렌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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