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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풀릴 줄 몰랐다. 역시 3월 대회는 무리였을까.
김인식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였다. 6일 이스라엘전 1대2 패배에 이어 7일 네덜란드에게 0대5로 완패한 대표팀은 오는 9일 대만전만 남겨두고 있다. 만에 하나 대만을 상대로 이긴다고 해도 1승2패. 현재 상황에서 2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2013년 대회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대표팀은 WBC 2회 연속 최악의 성적을 낼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하자 타격감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꾸준히 컨디션이 좋아 믿고 맡겼던 선수들이 연달아 헛물만 켰다. 대표팀이 2경기 19이닝 동안 낸 점수는 단 1점. 이스라엘전에서 서건창의 1타점 적시타가 유일한 점수였다.
특히 중심 타선에서 감이 유일하게 좋았던 김태균이 2경기 내내 침묵했고, 이대호도 네덜란드 선발 릭 밴덴헐크를 상대로 안타 1개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컨디션은 안좋았다. 김인식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부진했던 최형우를 2경기 모두 벤치에 앉혔다. 최형우가 타석에 선 것은 승부가 기운 네덜란드전 9회말 2사 상황이었다. 땅볼 타구를 치고 전력 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가장 우려했던 타자지만, 오히려 최형우를 향했던 걱정이 민망할 정도로 타자들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1번 중책을 맡은 이용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서건창과 민병헌 손아섭 등 상하위 타선의 핵심 타자들은 번갈아가며 시소를 탔다. 어렵게 찬스를 만들어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이유다. 여기에 네덜란드전에서는 양의지와 김재호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돌파구를 찾기 힘들었다.
대표팀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정규 시즌 좋았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처진다. 선수들 스스로도 걱정했던 부분이다. 보통 4월초에 개막하는 시즌에 맞춰 몸을 만드는데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이번 WBC는 정해진 루틴을 깰 수밖에 없었다. 몸을 어느 시기에 맞춰 만드느냐는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시즌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WBC를 의식해 평소보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현재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양의지의 어깨 통증도 "몸을 빨리 만드려다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마이너리거들이 많은 이스라엘, 네덜란드 같은 팀들은 사정이 또 다르다. 마이너리거들은 스프링캠프가 곧 치열한 생존 경쟁이기 때문에 일찍 몸을 만드는데 익숙해져 있다. 지난해 이대호도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빨리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었었다. 이대호는 "후반기 부진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결국 걱정이 현실이 됐다. 최약체 평가를 받는 대표팀에서 '믿는 구석'이었던 타선마저도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은 1경기. 9일 대만전에서는 시원한 타격을 선보일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