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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 그가 아니다. 릭 밴덴헐크(32·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어떻게 진정한 '헐크'가 됐나.
흠잡을 데 없는 투구는 아니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이 있었다. 밴덴헐크는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위기를 노련함으로 극복했다. 병살 2개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밴덴헐크가 KBO리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메이저리그 통산 50경기에 등판해 8승11패-평균자책점 6.08. 특별할 게 없었던 그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투구가 장점이지만, 들쭉날쭉한 투구 밸런스가 문제였다.
KBO리그에서의 활약은 일본 프로야구 진출의 발판이 됐다.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2년 총액 4억엔(약 40억원)에 밴덴헐크를 영입했다. 삼성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밴덴헐크는 KBO리그보다 더 정교한 일본에서 세밀함을 추가했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서 데뷔전부터 14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밴덴헐크는 여전히 한국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 때 한국을 방문해 삼성 경기를 지켜보고 옛 동료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번 WBC에서도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최형우 박석민 등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밴덴헐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선수로 성장했다. 빅리거들이 즐비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당당히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뮬렌 감독은 밴덴헐크에 대해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라고 했다. 진정한 '헐크'로 진화한 밴덴헐크의 야구 인생은 지금이 절정이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