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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를 모두 중심타선에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세 선수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들이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국제대회에서 숱하게 호흡을 맞췄다. 최형우는 이번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형우가 발탁됐을 때 모두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몇 년동안 최형우만큼 강력한 포스를 뽐낸 타자도 드물다. 그런데 문제는 수비다. 최형우의 좌익수 수비는 썩 안정적이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대표팀에서는 경기 후반 대타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최형우가 중심타선에 들어오면서 대표팀은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로 이어지는 역대급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라운드 개막을 앞두고 걱정이 가시지 않고 있다. 수비가 아니라 타격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25~26일 쿠바전, 28일 호주전 등 세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대표팀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겼다. 쿠바와 호주 선수들은 한국까지 오는 긴 여정을 마치고 곧바로 게임을 하는 바람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 3경기서 클리업트리오가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3경기 모두 타순은 3번 김태균, 4번 최형우, 5번 이대호였다. 최형우는 3경기 모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실책없이 수비를 소화했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서로 번갈아 맡았다.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는 김태균이었다. 3경기서 8타수 4안타(0.500) 5타점을 때렸다. 공격에서 3연승의 주역이다. 볼넷도 4개를 얻으며 출루 역할도 만족스럽게 수행했다. 그러나 최형우와 이대호가 이를 쓸어담지 못했다.
최형우는 볼넷 한 개를 얻었을 뿐 3경기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과 병살타도 한 개씩 기록했다. 이대호는 1차전 1회말 2사 1,2루서 적시타를 날린 이후 침묵했다. 3경기서 9타수 1안타(0.111), 2삼진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소속팀 KIA 타이거즈의 일본 오키나와 캠프서 훈련을 진행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컨디션이 나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부담감이 아직은 작용할 수도 있다. 최형우는 대표팀이 소집된 지난달 12일 "태균, 대호형과 함께 대표팀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고 했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의 미국 애리조나 전훈 캠프 도중 귀국해 지난달 17일 대표팀 오키나와 캠프에 들어갔다. 오키나와에서 열린 두 차례 연습경기에는 대타로 각각 출전했지만 모두 삼진을 당했다. 고척돔으로 넘어와서도 아직은 타격감이 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호는 당시 "아직 공에 대한 반응이 없다. 경기를 치러가면서 감을 찾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형우와 이대호 모두 감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컨디션이 나쁘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가전 3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아직 중심타선을 흔들 생각이 전혀 없다.
대표팀의 테이블 세터는 3경기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김태균은 타격감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최형우 이대호만 살아나면 대표팀 공격은 완성된다. 타격에 관한 한 달인인 이들이 남은 5일간 어떻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