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PO]히메네스 조급함으로 무산된 LG의 기적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10-25 22:29


LG와 NC의 2016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이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2,3루 LG 히메네스가 스윙을 하다 NC 해커의 투구를 몸에 맞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25/

LG와 NC의 2016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이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2,3루 LG 히메네스가 내야땅볼로 물러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25/

올 시즌 10개 구단 타자들이 가장 높은 타율을 찍은 볼카운트는 무엇일까.

3B이다. 투수가 직구를 던질 확률이 80% 이상인 카운트다. 그것도 전력 투구가 아닌 가운데 넣기 위한 힘 뺀 피칭으로. 이 때문에 3B에서 리그 평균 타율은 무려 4할8푼이다. 하위 타순이라도 때리면 안타로 연결되곤 했다.

타자의 카운트는 또 있다. 2B1S, 3B1S보다 평균 타율이 더 높은 볼카운트다. 바로 초구다. 이 때로 리그 평균 타율은 3할7푼3리나 된다. 올 시즌 두산이 정규시즌을 제패한 이유. 초구 공략이 가장 많고 3B에서도 방망이를 휘두른 적극성 때문이다. 나머지 구단 포수들은 "어느 공에나 반응하는 두산 타자들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3B, 초구 타격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야구라는 종목에는 투수 컨디션, 주자 유무, 경기 분위기 같은 '중요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읽지 못하면 역적이 된다. 상황을 읽지 못하면 흐름을 깨뜨린다. 또 상황을 읽지 못하면 베테랑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런 면에서 LG 트윈스 4번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는 실망스러웠다. 찬스 때마다 상황을 읽지 못하고 성급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2타수 4안타, 3할3푼3리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득점권에서는 번번이 침묵했다. 4타수 무안타. 타율이 0할이다.

그는 4차전에서도 제 몫을 못했다.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에서 침묵했다. 우선 1회. 경기 분위기를 완벽히 선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닝을 끝내 버렸다. 문선재의 2루타, 이천웅 희생 번트, 박용택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3루. 2루수 방면 병살타를 쳤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흔들렸다. 초구 직구(144㎞), 2구 직구(144㎞), 3구 직구(146㎞)마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볼카운트 3B에서 4구째 슬라이더(131㎞)에 히메네스 방망이가 헛돌았다. 직구만 잔뜩 노리고 있다가 타격폼이 와르르 무너졌다. 여기서 NC 배터리가 선택한 5구는 144㎞짜리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잔상이 남아있던 그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휜 공에 완전히 당했다. LG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아웃은 번복되지 않았다.

타격감이 뚝 떨어진 상황, 주자가 1,3루에 있는 상황, 투수가 흔들리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굳이 3B에서 방망이를 돌려야 했는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5회에도 마찬가지다. 양 팀이 1-1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경기 중반. 2사 2,3루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일단 자신이 없었다. 공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는 초구 몸쪽으로 휘어 들어온 142㎞ 직구에 방망이를 돌렸다. 그 공에 몸을 맞았으나 방망이를 멈추지 못했다. 우효동 주심의 판정은 사구가 아닌 헛스윙. 결국 계속된 1S에서 2구째 투심 패스트볼(140㎞)에 또 당했다. 완전히 먹힌 타구를 NC 3루수 박석민 쪽으로 보냈다.

그렇게 결정적인 찬스가 두 차례나 무산된 LG는 7회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시즌을 마감했다. '상황'에 맞지 않은 타격을 한 히메네스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