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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NC와 LG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임정우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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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가을야구 마무리 출격. 승승장구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본인 때문에 발생한 충격의 역전패, 그리고 3차전 승리의 발편을 마련한 혼신의 역투.
마치 성장기 청소년 드라마 주인공의 얘기같아 보일 수 있다. 이는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임정우에 관한 얘기다. 올해 25세의 젊은 투수. 양상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LG의 마무리 투수라는 무거운 견장을 어깨에 차게 됐다. 시즌 초반 마무리 적응에 혼란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주변의 "할 수 있다"는 격려 속에 시즌 중반부터 점차 마무리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러더니 시즌 28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을 최하위권에서 정규시즌 4위로 이끈 장본인이 됐다. 리그 최고라고 평가받는 그의 파워 커브는 올시즌 프로야구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이런 임정우의 성장 스토리가 가을야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풀타임 마무리로 처음 경험하는 가을야구, 그의 행보도 롤러코스터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1이닝 2탈삼진 완벽한 투구에 승리투수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도 실점 없이 세이브 2개를 챙기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상승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팀이 2-0 앞서는 상황서 9회 등판, 안타 3개를 허용하며 충격적인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자신을 구원등판한 김지용이 동점타, 끝내기 결승타를 허용했지만 결국 임정우 마무리 카드 실패였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임정우를 감쌌다. 양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왜 임정우를 끝까지 믿지 않고 바꿨나 많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요한 경기 1패를 당한 아쉬움이 표현이기도 했지만, 임정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1년 내내 힘든 보직에서 어린 선수가 잘 버텨줬는데, 1경기 승리를 위해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그의 구위를 믿지 못하는 듯한 교체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시즌 1경기와 플레이오프 1차전 1경기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올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을 천명한 양 감독이었기에 그 교체로 힘이 빠질 임정우의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 역시 선수를 키워나가는 무대의 연장선상이었다.
양 감독의 믿음은 24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제대로 표현됐다. 임정우는 양팀이 1-1로 맞서던 9회초 2사 후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연패에 몰려 1점만 상대에 주면 탈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임정우는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 11회초까지 씩씩하게 던졌다. 힘이 빠진 11회초 2사 1, 2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성범 타석을 앞두고 좌완 원포인트 윤지웅을 투입하거나 힘이 있을 김지용, 이동현 투입도 검토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임정우로 밀고 나갔다. 또다시 교체를 하면 팀 마무리 투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익훈의 슈퍼캐치에 힘입어 임정우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그 순간 LG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왔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양 감독은 평소 "마무리 투수 1명을 키우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투수를 키우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히, 구위와 욕심을 갖춘 젊은 투수가 있었고 그를 끝까지 키울 수 있는 감독의 뚝심이 있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임정우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4차전에 등판이 힘들지도 모른다. 또, LG가 4차전에 패해 임정우의 올시즌 등판이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정우는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더 확실한 LG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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