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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협회(KBA)가 내홍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된 건 지난 3월 25일이었다. 당시 대한야구협회는 회장(당시 박상희씨)과 반대파(이사들) 간의 불신이 팽배했다. 회장 반대파 쪽에선 예산 전용 문제를 걸고 넘어졌고, 결국 회장이 사임, 공석이 됐다. 또 그와 별개로 박상희씨에 앞선 집행부 등이 얽힌 몇가지 고소 고발 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작업이 한창 진행됐던 당시 대한체육회는 보다 못해 야구협회를 사고 단체로 간주, 관리단체로 지정해버렸다. 그리고 관리위원장으로 정진구 여자야구연맹 회장을 임명했다. 당시 야구협회 임원들은 총 사퇴했고, 진행됐던 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와의 통합 논의도 멈췄다.
그런데 정작 관리위원회가 이 새롭게 탄생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이꿀 첫 회장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장을 하겠다는 적임자가 없는 상황이다. 새 단체를 이끌기 위해선 찬조금을 제법 내놓아야 하는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구본능 한구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새 통합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흘렀다. 그런 구 총재는 고심 끝에 현재 프로야구 수장 역할을 충실히 해나겠다며 사양의 뜻을 전달했다. KBO 총재와 희성그룹 일을 겸하고 있는 구 총재가 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까지 맡는 건 과중할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하기 위해선 1년에 최소 20억원을 찬조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 돈을 4년 동안 내면서 야구와 소프트볼 발전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2015년 대한야구협회 1년 예산이 74억원 정도였다. 게다가 전국야구연합회와 소프트볼협회까지 합쳐질 경우 예산은 1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장이 감당해야 할 찬조금은 늘 수도 있다.
또 아직 야구협회에는 풀리지 않은 송사 사건이 몇 건이나 된다. 고교야구 입시 비리건과 전임 집행부의 회계 부정건 등으로 쉽게 마무리될 송사가 아니다.
이러다보니 야구와 소프트볼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들도 전임 집행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송사 사건을 구태여 자신이 떠안고 회장에 올라가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
야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근간이 되어야 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은 5개월째 정상 궤도 진입을 못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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