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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프로야구, 어지러운 그라운드. 해외원정도박과 승부조작, 심판부정. 800만 관중돌파를 바라보는 KBO리그의 슬픈 그림자다. 하지만 한켠에선 볼혹을 넘긴 '한때' 당대 최고타자가 여전히 야구와 건곤일척 승부중이다. 이승엽은 올해도 '열정이란 이런 것'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승엽의 온 마음은 그라운드에 한정돼 있다. 하루 24시간, 야구만 바라봐도 부족하다. 올해는 참 힘든 한해다. 최강 삼성은 리그를 호령하던 명가였지만 올시즌 꼴찌도 맛봤고, 9위에 터를 잡고 요지부동이다. 최고를 경험했던 이승엽에게 지금이 성에 찰리 없다. 10일 현재 타율 2할9푼1리, 19홈런 81타점(8위). 100경기를 돌파한 시점에서 이 성적은 나이를 떼고 봐도 결코 부끄럽지 않다. 그래도 이승엽은 매번 자책하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올해초 김인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이취임사에서 "전설의 아바타가 돼 달라"고 했다. 레전드 이승엽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닮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당시 삼성은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이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두산에 한국시리즈를 내줬다. 위기속 외침이었다. 그리고 반년 남짓, 승부조작 스캔들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언제 리그가 혼돈에 빠져 들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구단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살얼음판을 걷는 마냥 불안하다"고 말한다.
선수협의 사과발표, 연대책임 거론, 20억원 재원마련, 경기전 사과의 고개숙임. 이런 다짐도 필요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울며 땅을 쳐야한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는 잠시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정표를 바라봐야 한다. 이승엽을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한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프로야구는 지금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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