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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정근우(34·한화 이글스)는 야구 잘 하는 '개구쟁이'였다.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 같은 선배들에게 서슴없이 다가섰다. 선배들은 재미있고 귀엽게 장난치는 정근우를 잘 받아주었다.
정근우의 오른 눈가에 다래끼가 올라오고 있었다. "피곤한가보다. 첫번째 고비가 온 것 같은데 잘 넘겨야 한다." 그는 올해 한화에서 3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가을야구(포스트시즌)'를 못 했다. 정근우는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총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올해 한화는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뚫고 올라와 최근엔 7~8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재미있다. 한화팬들이 워낙 많다. 또 적극적인 응원에 감동과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주장이 어렵다기 보다는 이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말하기 보다 우리 선수들을 믿고 가는 편이다. 나부터 열심히 하면 다른 선수들도 잘 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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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 처럼 작은 사람에게 작은 거인'이라고 불러주면 좋다.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고도 그렇게 불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야구팬들은 정근우와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호세 알투베(26)의 닮은꼴에 주목한다. 비슷한 키와 같은 포지션(2루수) 그리고 작은 거인의 이미지가 같다. 알투베는 거구의 선수들이 판치는 MLB 무대에서 잘 치고 잘 달리고 있다. 8일 현재 타율 3할5푼6리(전체 1위) 19홈런 67타점이다.
정근우는 "알투베는 나보다 키가 작다. 그런데 너무 잘 한다. 그 친구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했던 8일 당시 정근우와 알투베의 타점은 66개로 똑같았다. 알투베의 키는 1m7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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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 2017년 3월 열릴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개최지(고척스카이돔)로 결정됐다. 정근우는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의 추억을 되살렸다. 1982년 동기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호흡을 맞춰 일본과 미국을 연달아 제압, 정상에 올랐다.
그는 "내년에 한 번 더 가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82년생 동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아직 누가 대표팀에 뽑힐 지는 모른다. 미국에 있는 동기 이대호 추신수 오승환이랑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내가 갈 지 모르지만 너희들은 안 오면 다 알아서 해라'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정근우의 동기생들은 현재 한국 야구를 이끌고 가는 중심축이라고 보면 된다. 경험이나 경기력면에서 거의 절정에 도달한 나이다. 그는 "우리는 국가를 대표해서 싸웠고 병역특례라는 혜택까지 받았다. 우리나라와 후배들을 위해 국가가 부른다면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사구 맞고 돌려주는 거 안 좋은 모습이다"
정근우에게 민감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물었다.
"김성근 감독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야구를 배웠는데"라고 물었다. 그는 "김 감독님과 8년을 같이 했다. 감독님의 야구에 젖어 있다. 감독님은 이기기 위해서 팀을 운영한다. 너무 잘 알고 있다. 이기는 게 정답이 아닐까"라고 했다.
두번째 질문은 "최근 사구와 이어 나오는 보복성 사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정근우는 지난 6월 21일 마산 NC전 7회, 최금강(NC)의 투구에 사구를 맞았다. 앞선 6회 송은범(한화)과 박석민(NC)이 빈볼성 투구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져 보복성 사구 이후 두번째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근우는 사구 이후 손으로 달려나오려는 한화 선수들을 막아세웠다. 당시 다수의 야구팬들은 정근우를 '대인배'라고 칭찬했다.
그는 "사구는 나올 수 있다. 그후 돌아오는 사구에 감정이 실렸다는 건 잘 모른다. 그런걸 확인하기에 앞서 이런 모습은 야구팬들이나 꿈나무들에게 안 좋은 그림이다. 이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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