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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천운에 각성한 유희관, QS+ 1위 완벽 부활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7-08 09:58 | 최종수정 2016-07-08 10:55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2회초 2사 만루에서 박동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막아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7.07/

"정신 차려라."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자신의 SNS에 써 놓은 글귀다. 시즌 초부터 등장한 이 문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해 토종 투수로는 가장 많은 18승을 거둔 투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유희관은 7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6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고 시즌 9승(1패)째를 챙겼다. 1-0으로 앞선 6회 고종욱과 김하성에게 거푸 2루타를 맞아 실점했지만 나머지 이닝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두산의 4대1 승리. 그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지난해 팀 내 투수 고과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신 차려야 한다"는 글귀를 지우지 않았다.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방심하면 언제든 시즌 초 부진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4월2일이었다. 그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⅓이닝 12안타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다음 등판인 4월9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3⅓이닝 7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또 5월1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도 4⅓이닝 11안타 7실점으로 상대 방망이를 견디지 못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고 구위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대량 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흥미로운 점은 3경기 모두 패전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야수들은 그가 마운드만 내려가면 동점을 만들었다. 4월 9일은 0-7에서, 5월 10일은 3-7에서 따라붙었다. 그러자 유희관은 자신을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비교하며 "내가 두산의 메이웨더"라고 취재진에게 농담을 던졌다. "타자들이 도와준다. 나조차 신기하다. 이런 천운이 다 있나"고 웃었다.

하지만 이는 본심이 아니었다. 덕아웃 한 편에서, 또 퇴근 후 집에서 끙끙 앓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난타를 당하고 있는지 속앓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청신 차려" 문구가 나왔다. 그는 "몇 년간 타자들이 내 패턴에 익숙해진 것 같다.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투수 코치님과 얘기도 해보고 내 경기를 다시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반성할 부분을 철저히 반성해 고쳐나가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두산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kt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유희관.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07
그 결과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5월10일 SK전 이후 치른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씩을 소화했다. 또 타자를 꾀는 피칭을 선보이면서 평균자책점도 3점대(3.59)로 낮췄다.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는 "꾸준함 하면 역시 유희관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나가는 것만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가 리그 1위다. 17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는 헥터 노에시(KIA)와 함께 8번으로 가장 많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날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60명 가운데 3할 타자가 34명이나 되는 전형적인 '타고투저' 리그이지만 유희관은 버티고 있다. 사실 그는 풀타임 선발로 정착한 2014년부터 올 시즌까지 1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39승)을 거둔 투수이자, 가장 많은 이닝(474⅔이닝)을 소화한 투수다.

유희관은 7을 승리 후 "시즌 초반 힘들었지만 야수들이 공수에서 도움을 주면서 좋은 성적이 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또 "지난해 막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올해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러닝훈련에 신경쓰고 있다"며 "감독님을 비롯해 트레이닝 파트에서 같히 신경을 써주셔서 잘 관리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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