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는 에스밀 로저스다.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 있던 시즌 초반 연패를 하면서도 그가 오면 반등이 오리라 믿을 정도로 그의 피칭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경기서 4번의 완투 속에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의 놀라운 피칭을 했었다. 올시즌 외국인 투수 최고액인 190만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그래서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흐름 속에서 처음으로 나흘 휴식 후 닷새째 등판이기 때문. 게다가 이번이 화요일 등판이라 또한번 나흘 휴식후 일요일(29일 대전 롯데전)에도 등판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팀의 승리를 이끌면서 다음 경기를 위한 체력 안배까지 해야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경기.
하지만 로저스는 우려를 씻으며 호투를 이었다.
직구를 노리는 넥센 타자들에겐 의외의 볼 배합. 직구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1회엔 140㎞가 넘는 공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로저스가 직구를 안던진 줄 알았다. 그러나 변화구 구속이라 할 수밖에 없는 127㎞의 공이 직구로 밝혀질 정도로 힘을 쏟지 않는 모습이었다. 2회말 1사 2,3루의 위기에 몰리자 빠른 직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구속이 147㎞ 정도로 그리 빠르진 않았고, 대부분이 높이 떠서 볼이 됐다. 그러나 빠른 공을 보여주면서 넥센 타자들에게 직구를 생각하게 한 뒤 변화구로 타자를 제압했다.
제구가 확실히 되진 않았지만 직구 구속은 3회가 넘어가면서 150㎞를 찍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운이 없었다. 2회말엔 1사 2,3루서 박동원의 투수앞 땅볼 때 3루주자를 잡을 수 있었지만 태그하려할 때 자신의 발에 넘어지면서 태그를 하지 못해 1점을 헌납했고, 1-1 동점이던 5회말엔 선두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준 뒤 도루에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의 위기를 맞았고, 1번 서건창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줬다.
6회와 7회엔 삼자범퇴로 깨끗하게 넥센 타자를 막은 로저스는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후 서건창에게 안타를 맞고 2번 박정음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권 혁으로 교체됐다. 권 혁이 대타 이택근을 병살 처리하며 8회말이 종료. 7⅓이닝 동안 4안타 6탈삼진 4볼넷 2실점(1자책)이 로저스의 4번째 등판 성적이었다. 타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1대2로 패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107개. 직구는 127∼151㎞를 형성하며 40개를 던졌고, 슬라이더(133∼141㎞) 37개, 커브(107∼127) 22개, 체인지업(133∼138㎞) 8개를 구사했다. 직구는 스트라이크 20개, 볼 20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았지만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22개에 볼 15개, 커브가 스트라이크 14개-볼 8개,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6개-볼 2개로 변화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 비록 패전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변화구 비중을 높이며 효과적인 피칭을 한 로저스의 영리함이 묻어난 경기였다.
고척돔=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