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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직구. 비슷한 포인트에서 나오는 포크볼.
2016시즌 초반 두산 베어스의 새 외인 마이클 보우덴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1m90의 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 결정구로 뿌리는 포크볼까지. 밴헤켄과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4년간 에이스 노릇을 한 투수와 이제 막 한국 무대에 데뷔한 투수를 비교하는 건 무리다. 상대 팀이 전력 분석을 마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고봐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라는 게 중론이다. NC 박석민도 "최근 상대한 투수 중 가장 빼어난 구위"라고 했다.
17일 현재 보우덴은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이 0.45다. 데뷔전부터 화려하게 등장하더니 여간해선 위기를 맞지 않는다. 그는 6일 잠실 NC전에서 8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7안타 2실점(1자책), 17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7이닝 2안타 2볼넷 무실점 피칭을 했다. 덕분에 두산도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니퍼트의 짝꿍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구단이 모처럼 웃고 있다.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폼도 밴헤켄과 비슷하다. 밴헤켄은 투구 직전 상체를 살짝 튕긴 뒤 공을 뿌린다. 테이크백은 짧고 빨라 타자 입장에선 언제 준비 동작을 취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쉽지 않다. 보우덴의 특유한 '폼'도 비슷한 효과를 유발한다. 공 잡은 손을 뒤쪽에서 한 번 꼬았다가 갑자기 끌고 나와 위에서 때린다. 베테랑 이호준(NC)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석에서 다리를 들고 칠 경우 맞히기가 쉽지 않는 듯 하다"고 했다.
결국 2년 전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한 용병에게 '베팅'한 두산의 '도박'이 일단 성공한 듯 하다. 공교롭게 현 밴헤켄의 소속팀은 세이부, 2014시즌 보우덴이 뛰던 팀도 세이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