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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덴은 '오른손 밴헤켄'이 될 수 있을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4-18 02:31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ngmin@sportschosun.com / 2016.04.17.

넥센 히어로즈 시절 밴헤켄의 피칭 모습. 스포츠조선 DB.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직구. 비슷한 포인트에서 나오는 포크볼.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밴헤켄(세이부 라이온즈)의 성공 요인이다. 그는 2012년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뒤 작년까지 4시즌 동안 120경기에서 58승32패 3.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첫 해 11승8패 3.28의 평균자책점, 2013년 12승10패 3.73의 평균자책점, 2014년 20승6패 3.51의 평균자책점, 2015년은 15승8패 3.62의 평균자책점이다. 이 기간 그보다 많은 승수를 올린 투수는 없다. 선발 투수의 기본 덕목인 퀄리티스타트(66번), 삼진 개수(640개)도 1위다.

그는 처음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때만 해도 직구 최고 시속이 140㎞를 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한 시즌이 끝나면 곧장 다른 리그에서 뛰며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잇따라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오프 시즌 충분한 쉬면서 130㎞ 후반대 직구가 145㎞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면서 포크볼 위력이 배가 됐다. 2014년(178개)과 2015년(193개) 2년 연속 삼진왕에 올랐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회부터 직구가 낮은 코스로 들어가면 그 날은 승리할 확률이 아주 높다. 포크볼이 무조건 통하는 날"이라고 했다.

2016시즌 초반 두산 베어스의 새 외인 마이클 보우덴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1m90의 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 결정구로 뿌리는 포크볼까지. 밴헤켄과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4년간 에이스 노릇을 한 투수와 이제 막 한국 무대에 데뷔한 투수를 비교하는 건 무리다. 상대 팀이 전력 분석을 마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고봐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라는 게 중론이다. NC 박석민도 "최근 상대한 투수 중 가장 빼어난 구위"라고 했다.

17일 현재 보우덴은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이 0.45다. 데뷔전부터 화려하게 등장하더니 여간해선 위기를 맞지 않는다. 그는 6일 잠실 NC전에서 8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7안타 2실점(1자책), 17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7이닝 2안타 2볼넷 무실점 피칭을 했다. 덕분에 두산도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니퍼트의 짝꿍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구단이 모처럼 웃고 있다.

두산 코칭스태프도 보우덴 얘기만 나오면 엄지를 치켜든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캠프에서 사실 불안했다. 하지만 차츰 자신의 밸런스를 찾아가더라"며 "지금의 성적과 피칭 내용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시즌 초반임을 전제하며 "높은 타점에서 직구와 포크볼이 나오니 위력을 발휘한다. 밴헤켄과 비슷한 유형"이라며 "지금까지는 오른손 밴헤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폼도 밴헤켄과 비슷하다. 밴헤켄은 투구 직전 상체를 살짝 튕긴 뒤 공을 뿌린다. 테이크백은 짧고 빨라 타자 입장에선 언제 준비 동작을 취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쉽지 않다. 보우덴의 특유한 '폼'도 비슷한 효과를 유발한다. 공 잡은 손을 뒤쪽에서 한 번 꼬았다가 갑자기 끌고 나와 위에서 때린다. 베테랑 이호준(NC)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석에서 다리를 들고 칠 경우 맞히기가 쉽지 않는 듯 하다"고 했다.

결국 2년 전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한 용병에게 '베팅'한 두산의 '도박'이 일단 성공한 듯 하다. 공교롭게 현 밴헤켄의 소속팀은 세이부, 2014시즌 보우덴이 뛰던 팀도 세이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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