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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박병호, 기대-좌절-극복 판박이 두남자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2-24 08:43 | 최종수정 2015-12-24 08:43


박병호(미네소타)에 이어 김현수(볼티모어)도 빅리그에 입성했다.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지만 메이저리거가 되지만 둘은 즉시전력감, 거액의 다년계약을 했다. 적응기는 거치겠지만 메이저리그가 그들의 무대가 맞다.

박병호는 한국 최고 거포, 김현수는 가장 정교한 타자였다. 둘의 성공스토리는 판박이다. 주목받았던 어린 시절, 좌절을 겪었던 신인 시절, 멋지게 극복해낸 성장기, 그리고 안정된 현실 안주 대신 꿈을 향한 도전.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 날린 소문난 거포 유망주였다. 강한 파워는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큰 기대를 받으며 LG에 1차 지명됐다. 하지만 프로 입단 이후 박병호는 주춤했다. 1군에서 버티질 못했다. 2군에서 만년 기대주로 허송세월하고 있었다. 급기야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100만관중을 쉽게 넘기는 인기 구단 LG에서 모기업이 없는 자립구단 넥센으로의 트레이드는 본인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프리미어12에서 박병호가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홈런을 날린 뒤 김현수 손아섭과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21.
하지만 박병호는 절치부심하며 아픔을 재도약의 기회로 승화시켰다. 2012년 31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뒤 2013년에는 37홈런으로 또 홈런왕이 됐다. 2014년 52홈런을 날린 박병호는 올해 53홈런으로 4년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5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일찌감치 박병호의 파워와 적응력을 높이 샀다. 이렇다할 부상도 없었기에 포스팅 입찰에 복수의 구단들이 1000만달러 이상을 써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포스팅비로 1285만달러를 써내고 연봉도 5년 최대 1800만달러를 약속했다.

김현수 역시 처음부터 두산의 중심타자, 붙박이 국가대표는 아니었다. 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지만 부상 등으로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빠르지 못한 발과 어깨도 그리 강한 편이 못돼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은 "그래도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의 재능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싶다"며 구단에 요청, 신고선수(연습생)로 입단할 수 있었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소원을 풀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0.04/
2006년 적응기를 보낸 뒤 2007년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김현수는 이에 부응하며 성큼 성큼 성장했다.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일부 평가가 있었지만 해가 더할수록 강한 멘탈을 과시했다. 국제대회에서도 강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한국 전승 금메달)에서 19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은사인 김경문 감독에게 국민감독의 영예를 안겼다. 올해 프리미어12에서도 한국의 초대 우승 발판이 됐다. 김현수는 프리미어12 MVP에 올랐다. 메이저리그도 큰 경기에 강한 김현수의 단단한 정신력과 적응력을 높이 샀다.

박병호는 2년 뒤엔 FA역대 최고액 경신이 유력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100억원 돌파는 당연하고, 120억원 이상도 가능했다. 올해 FA김현수도 소속팀 두산으로부터 최정(4년 86억원)보다 무조건 많이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100억원이 협상 기준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있었다면 여전히 슈퍼스타로 아무걱정없이 야구를 할 수 있었던 둘. 하지만 더 큰 꿈을 꾸길 원했다. 빅리그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노력의 몇 배가 필요하다. 가시밭길을 비단길로 만들었던 노력을 쉼없이 이어가야하지만 둘의 환한 표정은 또 묘하게 닮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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