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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 부는 찬바람, 두산-LG 큰손은 옛말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2-23 10:01


잠실에 찬바람이 일고 있다. '한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 곳곳에서 합리적 경영, 이른바 긴축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인식전환의 계기는 다르지만 더 이상 리그 큰손은 아니다.

LG는 올시즌 FA시장에서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백순길 LG단장은 "그룹 차원에서 정도를 벗어나는 행위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받았다. 탬퍼링(정해진 기간 이전에 구단이 선수와 접촉해 입단제의 등을 하는 행위)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LG는 4년 32억원을 주고 정상호를 SK에서 영입하는데 그쳤다. 거물급 FA들이 판치는 상황에서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이동현과도 3년 30억원에 FA계약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두산은 갑작스런 모그룹의 재정압박 소식에 야구단도 움츠러든 모습이다. 김현수는 재계약 하려 했으나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두산은 고영민과는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기초군사훈련에서 나온 오재원을 상대로는 기준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오재원은 최대 4년 60억원 정도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잡진 않을 태세다.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순간. 두산 베어스는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경기에서 13대 2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모여 환호하고 있는 두산 선수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31
두 팀은 나름대로 리그 큰손이었다. LG는 예전부터 선수 투자에선 뒤지지 않는 팀이었다. 역대 FA계약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지갑을 열 때가 많았다. 두산은 지난해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영입하고, 니퍼트에게 150만달러를 안기는 등 확실한 투자를 자랑했다.

올겨울엔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LG는 팀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진영을 2차드래프트로 풀었다. 이병규(9번)도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졌다는 얘기도 들렸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팀내부 육성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LG관계자는 "한 두명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단으로 나머지 20명의 능력치가 10%씩 상승되면 팀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구단과 선수단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은 올시즌 우승으로 일단 갈증은 풀었다. 이제는 내실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모기업의 경영난도 모른 체 할 수 없다. 이미 몸값 규모가 큰 선수들의 재계약부터 지지부진이다. 니퍼트, 오재원과도 의견만을 줄기차게 주고받을 뿐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우승 직후인데 야박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거품이 빠지는 것, 다시말해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최고 인기팀들의 변화는 리그 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럿이 하나를 차지하게 위해 달려드는 경매의 본질은 경쟁이다. 수요가 많아져 서로 원하다가 값이 올라간다. 경쟁자가 하나둘 사라지고 부르는 가격이 내려가면 값은 급전직하 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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