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의 시대'가 지고, 이제 '벌떼의 시대'가 올 것인가
2015시즌 한화 이글스 마운드 운용의 핵심 키워드는 '트리오'였다. '박-윤-권 트리오'다. 박정진과 윤규진, 그리고 권 혁 등 베테랑 투수 세 명이 필승 불펜으로 힘을 쏟아부었다. 사실 이 가운데 윤규진은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진 못했다. 박정진과 권 혁이 실질적으로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쏟아냈다. '혹사 논란'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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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야구대표팀은 오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12에 앞서 쿠바를 초청해 4일과 5일 개장 경기 겸 평가전을 갖고 컨디션을 점검한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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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6시즌 한화 마운드, 특히 불펜 운용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집중된 기용법 대신 여러 투수들을 짧게 끊어서 나누어 쓰는 식의 불펜 운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2015시즌을 치른 뒤 김성근 감독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두 번째는 스토브리그에서 여러 스타일의 투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김 감독이 투수 운용을 포함한 팀 전체의 운용에 관해 이전과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치르며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각자의 발전을 이끌어내도록 훈련에 개입하지 않고있다"고 한 바 있다. 물론 훈련 종료 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총평을 남겼지만, 김 감독이 선수들의 자율에 기회를 준 것은 꽤 이례적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016시즌의 기대주도 몇 명 발견했다. 언더핸드 김재영과 재활을 마친 송창현, 그리고 좌완 김범수 등에게서 희망 요소를 발견했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이 2016 시즌의 '키'들이다. 이들이 잘해준다면 박정진과 권 혁도 충분히 쉬면서 여유있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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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가 두산에 7대6으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 했다. 9회 2사에서 마운드에 직접 올라 권혁을 격려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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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런 재활 복귀 선수들이나 신진 선수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긁지 않은 복권'같은 선수들이다. '당첨'이 되면 엄청난 호재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그래서 이들만을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
때문에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경험이 많은 다양한 투수들을 영입했다. 경로도 여러가지였다. 송신영은 2차 드래프트로 영입했고, FA 시장에서는 정우람과 심수창을 잡았다. 또 두산에서 방출된 베테랑 이재우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이 네 투수는 모두 즉시 전력감이다. 특히 핵심은 좌완 필승계투 정우람의 영입에 있다. 그의 영입을 통해 한화는 불펜 운용의 편중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송신영과 심수창의 경우 선발과 중간이 가능한 투수들이다. 당장 배영수와 이태양 등 재활중인 선발 요원들의 복귀 시기가 개막 때 맞춰지기 어렵기 때문에 영입한 캐릭터다. 선발을 하면서 불펜으로도 다양하게 투입될 수 있다. 이재우도 불펜에서 힘을 보태게 된다. 이들의 합류로 인해 한화는 내년시즌 이른바 '벌떼 불펜'이 가동될 전망이 크다.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은 2000년대 후반 리그를 평정했던 바로 그 운용법이 다시 재현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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