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습관을 외부의 강제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단, 그 외부 강제가 강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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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윈터미팅에서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오갔다. 현재 추세로는 당장 2016시즌부터 '홈충돌 방지 규정'이 시행될 듯하다. 만약 시행된다면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규정과 상황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과연 이 규정을 어겼을 때 어떤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사실 부상을 유발하는 홈 충돌 상황은 대부분 포수들의 지나친 진로 가리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뻔히 송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무릎과 상체로 주자의 앞을 가로막거나 공을 잡지도 않았으면서 미트를 내밀며 주자와 몸을 부딪히는 케이스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주자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포수에 대해 그대로 어깨 등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지만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그런 식의 주루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없다. 결국 포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만 바뀌어도 홈에서의 불필요한 충돌로 인한 부상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 스타일은 그 뿌리가 대단히 깊다.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자를 막는 플레이를 몸에 익혔다. 아마추어 지도자 중에서 일부는 아직까지도 어린 포수들에게 이런 식의 플레이를 익히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포수들은 긴박한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에 익힌 습관이 나온다. 머리로는 그런 식의 플레이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습관이 쉽게 바뀌긴 힘들다.
때문에 만약 홈충돌 방지 규정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그 안에 강력한 형태의 제재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고의성의 여부를 떠나 무의식적인 습관을 지우기 위해서는 그런 플레이를 했을 때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경고나 몇 백만원수준의 벌금에 그칠 게 아니라 고의성이 짙고, 큰 부상을 유발했을 경우 출장 정지까지 내릴 수 있도록 강력한 벌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뿌리깊은 악습이 사라지고 홈충돌 방지 규정이 오롯이 설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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