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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롯데에 바람이 분다. 연이은 훈풍. 지난 가을만해도 패배 기운이 짙게 드리웠다. 이종운 감독이 1년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5위입성 실패에 대한 구단의 최종 답변이었다. 혼돈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 들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허약한 부분을 완벽하게 메운 롯데다. 조원우 신임 감독은 "내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표정관리를 해야할 판이다. 정대현이 부활하면 그 어떤 대형 FA영입보다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부상 위험이 상존하고, 내년이면 38세가 되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아직 기가 죽지 않았음을 프리미어12에서 입증했다. 몸상태만 좋다면 정대현의 떠오르는 커브와 싱커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1이닝은 문제없다.
윤길현과 손승락 동시 영입은 롯데가 얼마나 뒷문 잠그기 노이로제에 걸려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야구장을 찾았을 때 허술한 불펜진을 콕 집어 얘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승락은 넥센의 마무리를 넘어 리그 수준급의 마무리지만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4.33, 올해도 3.82로 꽤 높았다. '승락 극장'이라는 별명은 경기막판 다이내믹함과 스릴 제조때문에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마무리가 어디있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좁은 목동구장을 벗어났다. 변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아두치 린드블럼 레일리 등 3명의 외국인선수와도 나란히 재계약에 성공했다. 아두치는 공수주가 모두 되는 특급 용병이고,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올해 롯데 마운드를 떠받친 이닝이터였다. 내년 불펜진이 살아나면 이들도 수고를 덜수 있다.
이제 퍼즐은 빈공간이 없어 보인다. 2016년 롯데가 변할 수 있을까. 로이스터 감독 시절 사직야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들때도 롯데는 뭔가 부족했다. 단기전 승부에선 노련하지 못했다. 양승호 감독도 롯데의 우승 갈증을 풀지 못했다. 팬들의 기대치는 '가을야구 보는 것'으로 점차 내려오고 있다. 가장 뜨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 해태-현대-SK-삼성으로 이어지는 '왕조' 정도는 아니어도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닐 순 없는 걸까.
조원우 감독 혼자선 팀을 바꿀 수 없다. 선수 개개인의 각성도 필요하고, 프런트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일단 도약 채비는 마련한 셈이다. 어디까지 갈수 있느냐는 의지에 달렸다. 마음에 한계를 두는 순간 멈출 명문과 여지가 고개를 든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고졸신인 염종석이 역투했던 1992년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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