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두 교체'가 이뤄졌다. 한 박자 빠른 교체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날카로운 투수 교체. 특히나 이 교체는 단순히 한 경기의 승리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 중요한 다음 경기인 4강전, 그리고 나아가서는 결승까지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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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임창민이 2번 에르난데스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교체는 여러가지 플러스 효과를 남겼다. 우선적으로는 달아오른 쿠바 타선의 맥을 끊었다. 좌완 장원준과 반대 스타일인 우완 정통파 임창민을 올려 쿠바 타선에 혼동을 준 것. 임창민은 1안타 이후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유격수 앞 땅볼로 이끌어내 이닝을 마친 뒤 6회에도 두 타자를 쉽게 처리했다. 여기까지의 투구수는 불과 1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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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빠른 투수교체는 결과적으로 쿠바전 5점차 낙승의 큰 힘이 됐다. 그런데 또 다른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장원준을 결승전에 다시 건강하게 투입할 수 있게 된 것. 쿠바전 5회에 교체될 때 장원준은 제구력이 약간 흔들렸지만, 심각하게 난조에 빠졌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더 놔뒀다면 상황에 따라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있었다. 김 감독과 선 코치는 이런 악영향을 우려했다.
때문에 장원준이 그나마 가장 무너지지 않았을 때 바꿔주는 것으로 투구수도 아끼고, 자신감도 지켜주려고 했다. 그 결과 장원준은 한국이 만약 결승전에 오른다면 다시 마운드에 오를 힘을 남겨두게 됐다.
또 다른 효과도 있다. 대회 기간 내내 불펜 투수들의 경기당 투구수를 적게 조절함으로 인해 준결승과 결승에서 마운드의 총투입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이제 준결승에 오른 이상 한국 마운드는 무조건 총력전 태세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의도했던 바다. '작두 교체'는 수많은 국제대회 경험과 한국 투수들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김인식호'의 또 다른 필승 무기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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