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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롤 18위, 미네소타는 왜 강승부에 나섰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3:28 | 최종수정 2015-11-10 06:04


미네소타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 ⓒAFPBBNews = News1

"돈보다 명예를 택했다."

2010년 3월이었다. 조 마우어(미네소타 트윈스)가 2011년부터 8년간 1억84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에 잔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같은 평가가 쏟아졌다. 공격과 수비를 겸비해 '천재' 안방마님으로 불린 사나이. 1억8400만 달러는 포수로 역대 최고액이었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도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엄청난 계약 규모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시장에 나갔다면 2억 달러는 넘게 받았을 것이다. 마우어가 의리를 지켰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야구에서 마우어는 그런 존재였다.

그는 200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2004년 4월 빅리그에 데뷔했고 이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 했다.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한 건 2006년이다. 이후 2008년과 2009년에도 타이틀을 획득해 3차례나 수위 타자에 오른 메이저리그 최초의 포수로 우뚝 섰다. 특히 2009년, 허리 통증으로 4월 한 달을 쉬었음에도 타율 3할6푼5리에 28홈런 96타점을 올렸다. 이견이 없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였다.

하지만 현재 미네소타는 더 이상 마우어를 믿지 못하는 눈치다. 여전히 연봉 총액에서 역대 12위(1위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13년 간 3억25000만 달러)에 올라 있는 '특급 선수'지만, 파워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2013시즌을 끝으로 완전히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1루수와 함께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데 지난해 장타율이 3할7푼1리, 올해도 3할8푼 밖에 되지 않는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가 7할 대에 불과하니 거포들이 차지한다는 1루수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그렇다고 구단 입장에서는 2018년까지 매해 23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하면서 안 쓸 수는 없다. 몇 년전만 해도 워낙 임팩트 있는 타격을 선보여 "언젠가 부활하겠지"라는 미련도 많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마우어는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작년 홈런 개수는 4개, 올해는 10개다. 그래서 예상을 깨고 박병호 영입에 뛰어 들었다. 그것도 '빅마켓' 구단들을 제치고 1285만 달러를 적어내며 독점 교섭권까지 얻어 냈다. 리그 수준 차가 분명하지만, 박병호는 KBO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6푼4리다. 2011년부터는 0.522-0.561-.0602-0.686-0.714로 무섭게 장타율이 치솟았다. 이 모습에 미네소타는 반했을 것이다. 2009년부터 국내에 스카우트를 파견하기 시작했으니 박병호가 성장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테다.

미네소타는 올해 선수단 총 연봉(페이롤)이 1억826만 달러로 30개 구단 중 18위다. 마우어가 2300만 달러로 21%를 차지하고 그 외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야수는 은퇴한 토리 헌터(1050만 달러) 한 명이었다. 또 500만 달러 이상의 야수는 포수 커트 스즈키(600만)가 유일했다.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처럼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해 비싼 선수들을 긁어 모으는 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팀이 작정한 듯 박병호에게 달려 들었다. 넥센 히어로즈에 줄 '이적료'를 포함해 박병호 연봉 총액까지 생각하면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의 돈다발을 풀어야 함에도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마우어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더불어 박병호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나 더, 마우어를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 어쨌든 현지 언론도 깜짝 놀란 미네소타의 포스팅 승리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빅마켓들이 모두 당했다. 그만큼 미네소타도 다급한 처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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