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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인 박병호의 품격, 낮출수록 높아진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9:06


◇박병호의 도전이 시작됐다. 미네소타가 포스팅 최종 승자로 밝혀졌다. 프리미어12에 출전중인 박병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박병호와의 독점교섭권을 따낸 팀이 미네소타 트윈스임이 밝혀지자 두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몰마켓인 미네소타에 대한 아쉬움과 반대로 더 많은 기회가 돌아올거라는 기대감.

박병호가 한국에서는 4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거포지만 내년 메이저리그에선 루키다. 팜시스템을 밟고 올라온 선수와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겠지만 근본은 다르지 않다. 스스로 입증해야할 것들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에 머물 수 없다. 야구는 어디서나 같은 흐름이다. KBO리그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출신 야수를 데려와도 계속 헛방망이질만 해댄다면 1군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1년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강정호의 피츠버그 포스팅 과정. 대표적인 스몰마켓, 성장가능성이 있는팀, 투자대비 성적이 좋은 팀,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 되지 않은 곳. 하지만 1년만에 피츠버그는 한국팬들에게 익숙한 팀이 됐다. 어느새 피츠버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이 모든 것은 강정호 스스로 바꾼 것이다. 빠른 볼에 대한 대처, 수비능력 불안. 수많은 물음표를 그때마다 느낌표로 탈바꿈시킨 결과다.

피츠버그 조디 머서는 '강정호와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느냐'는 다소 무례하고 엉뚱한 한국 언론의 질문에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팀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며 대인배 답변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강정호 위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달리 객관적으로 강정호도 1군 멤버 중 한명이다.

박병호는 강정호가 갔던 길을 또 걸어야할 처지다. 스스로 겸손하고 낮춘다고 해서 한국 최고타자의 품격이 떨어지진 않는다.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 생각으로 도전에 임해야 한다. 미네소타 입장에선 큰 도박을 한 것이다. 포스팅 금액만 1285만달러. 연봉을 합치면 4년계 약에 3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를 쓰게 된다.

미네소타 구단 관계자들이 박병호 포스팅에 대한 한국의 여러 반응중 '유명팀이 아니라 아쉽다'를 접한다면 속으론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 박병호는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이제 시험무대에 서는 셈이다. 현재로선 주전 1루수인 프랜차이즈스타 조 마우어, 신예 미겔 사노와 1루수,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공개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집고 들어갈 틈으로 본다면 올해초 강정호 만큼이나 좁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베팅한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박병호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바로 홈런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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