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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사령탑' 김태형의 포스트 시즌 정복기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31 17:32


두산과 삼성의 2015 KBO 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펼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0.30/

시즌 전이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을 해임하고, 김태형 감독을 사령탑으로 공식발표했다.

그는 3년 전부터 항상 두산의 새 사령탑 명단에 이름이 있던 지도자다.

두산 측은 "염경엽 감독과 같은 섬세함과 선이 굵은 야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유능한 사령탑"이라고 했다.

사실,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면, 그에 대한 평가는 약간씩 '오버'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구단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시즌이 시작됐다. 두산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초보 사령탑' 김태형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진 지도자라고 해도 경험의 한계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금 달랐다. 그는 일단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완벽히 장악했다. 당시 주축 선수인 홍성흔 김현수 김재호 유희관 등은 "일단 분위기 자체가 긴장감이 있다. 풀어줄 때는 풀어주시고, 강하게 하실 때는 강하게 하신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의 포스트 시즌 점령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두산은 시즌 초반 많이 힘들었다. 일단 필승계투조가 계산이 서지 않았다. 마무리 노경은은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타구에 안면을 맞아 개점 휴업. 이현승은 부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 유네스키 마야와 잭 루츠의 퇴출 등 외국인 선수의 수난이 이어졌다.

윤명준 이현호 김강률 등은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대한 참았다. 무리하지 않고 기회를 엿봤다.

물 흐르는 듯한 시즌 운용은 끝내 두산이 포스트 시즌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3위로 준플레이오프를 확정지었다. 이때도 우려가 있었다. 역시 '초보 사령탑'의 문제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부터 범상치 않은 '언어의 미학'이 있었다.

넥센의 핵심 불펜 조상우에 대해 "젊은 선수가 너무 많이 던진다. 감독이 던지라면 던져야 하지만,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많이 던진 조상우였다.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 감독의 포스트 시즌 첫 무대라는 점이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마치 베테랑 사령탑처럼 능수능란한 심리전을 펼쳤다. 시작 전부터 선수단에 믿음을 심어줬다.

그는 선이 굵은 야구를 했다. 필승계투조가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탄탄한 선발과 막강한 공수 라인을 가지고 있는 두산에게는 적격이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대체적으로 강공, 그리고 적재적소에 희생번트를 섞었다. 또한, 선발진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갔다. 더스틴 니퍼트가 완벽히 부활한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니퍼트의 구위를 지켜본 김 감독의 '무한 신뢰'가 있었다. 그는 포스트 시즌 전부터 "더스틴 니퍼트가 무조건 우리의 제 1선발"이라고 못을 박았다.

플레이오프에서 NC를 3승2패로 꺾었다. 1승2패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끝내 선발야구로 NC를 돌파했다.

삼성과의 경기 1차전에서 충격적인 8대9, 역전패. 하지만 2차전부터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삼성을 공략했다. 최대한 선발을 길게 끌고 가면서 마무리 이현승에게 연결시켰다. 또한, 삼성의 투수진이 약하다는 점을 간파, 과감한 강공 작전으로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4차전 투수 교체는 백미였다. 마운드 투수들의 구위를 면밀히 점검, 적재적소에 이현호를 노경은으로, 노경은을 이현승으로 교체하며 끝내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은 에이스 피가로와 불펜의 에이스 차우찬을 연달아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지만, 두산의 육탄공세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한국시리즈 최대의 승부처였던 4차전을 극적으로 잡아냈고, 김태형 감독은 더 이상 초보 사령탑이 아니었다. 결국 두산은 2013년 3승1패로 앞서다 3승4패로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한을 풀었다.

'초보 사령탑' 김태형. 포스트 시즌에서 그는 그 어떤 노련한 사령탑보다 침착했고, 능수능란했다. '명장'의 첫 걸음을 제대로 뗀 '초보' 김태형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초보 사령탑 김태형 감독의 포스트 시즌 점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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